국내 1위 유아변기 브랜드 ‘두리’를 키워낸 디자인회사, 프리젠트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suvel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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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젠트(주) 강범규 대표. 프리젠트(주) 강범규 대표.

국내에 있는 디자인 회사 약 5600개, 평균 직원 수 5명 이하, 평균 매출 6억, 대부분 작고 영세하다. 상위 20위의 디자인 기업이라고 한들 연평균 매출은 40억 정도다. 그런 분위기 속 부산의 한 디자인 회사가 연 매출 100억을 달성해 화제다. 바로 디자인 회사 프리젠트(주)다. 자본금 5천만 원에서 연 매출 100억을 달성하기까지. 부산 황령산 남쪽 밑자락에 빨간 벽돌로 예쁘게 지어진 프리젠트 사옥에서 강범규 대표를 만나 그 비결을 물어봤다.

강범규 대표의 이력은 독특하다. 전자회사에서 5년간 디자이너로 활동하던 중 선진 디자인을 배우고자 영국 유학길에 올랐다. 그곳에서 디자인학 박사를 받은 후 귀국해 동서대학교 디자인대학교수로 17년을 재직했다. 교수 시절 대학에서 12년 동안 디자인 연구소를 운영하며 수많은 국가 디자인 사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부산지역의 신생기업인 해피콜 주방 회사의 모든 디자인 개발을 12년 동안 총괄하며 국내 1위 주방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일조했다. 그가 2002년 디자인한 해피콜 양면팬은 지금까지 20개국 해외 수출과 더불어 2000만 개가 넘게 팔린 초대박 상품이다. 강 대표는 2019년 사랑하는 학교를 떠나 본인이 설립한 프리젠트의 대표를 맡고 있다. 프리젠트는 유아 변기 분야에서 1위 브랜드인 '두리‘ 유아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회사다.

프리젠트 사옥 전경. 프리젠트 제공 프리젠트 사옥 전경. 프리젠트 제공

프리젠트의 현재 자산규모는 130억, 지난해 매출은 93억을 달성했다. 프리젠트가 디자인하고 개발한 제품만 판매한 실적으로 이룬 성과다. 프리젠트의 성공 비결은 뭘까?

강 대표는 "현재 시장에서 디자인 가치가 저평가 되어있다"며 "20년 동안 디자인과 디자인 서비스 역량은 많은 발전한데 비해 디자인료는 줄거나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디자인료는 집값이나 물가 상승률과 비교했을 때 오히려 수십 년간 몇 배로 떨어진 셈이다.

그래서 강 대표는 '일반 기업이 디자인 가치를 인정해 주지 않는다면 디자이너는 자신이 만들어 낸 가치를 직접 시장(사람들)에서 인정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직접 디자인한 제품을 팔기 시작했다. 직접 판매를 해보니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많았다. 클라이언트 간섭 없이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마음껏 해 볼 수 있고, 의뢰인에게 디자인 용역비를 받는 것보다 몇 배 혹은 몇 십 배 이상의 큰돈을 벌었다.

그럼 차별화된 아이디어는 어떻게 발굴할까? 프리젠트의 노하우 중 하나는 '사용자 중심' 리서치다. 철저하게 사용자의 입장을 고려해 제품을 내놓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아 제품 하나를 만든다고 가정해보자. 프리젠트는 그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아기 어머니들과 수십 번의 심층 인터뷰, 포커스 그룹 인터뷰(FGI)를 진행하며 사용자들의 욕구를 찾고 그것을 해결하는 아이디어를 개발한다. 단계별로 테스트를 여러 번 진행하다 보니 신제품 개발 기간은 평균 1~2년 정도다. 강 대표는 "요즘 같은 스피드한 시대에는 잘 안 맞는다는 말도 많이 듣지만 그래도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는 철학이 있기에 남다른 열정과 에너지를 쏟아붓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강 대표는 더 좋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회사 구성원들과 함께 3가지 목표를 공유하고 실천하고 있다. 첫 번째,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 만들기. 특히 코로나19를 계기로 기후변화 위기에 대한 시급성이 증대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불필요한 포장재를 없애거나 친환경소재로 바꾸고 있다. 이에 발맞춰 프리젠트도 편리한 삶을 돕는 제품을 만들되 '환경과 자연중심'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소재나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고, 포장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두 번째, 구성원들과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회사. 강 대표는 "성장이 없는 삶은 무기력하고 건조할 수 있다"며 "함께 일하는 구성원들 개개인이 성장하고 행복하게 일하는 것도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세 번째, 문화 사업 지원과 복지. 프리젠트는 한 달에 두 번 매번 다른 주제를 기획해 작은 음악회를 개최한다. 회사 내에 디자인과 문학에 특화된 서점도 운영하고, 자연을 품은 사내 카페에서 맛있는 커피와 빵도 만들어낸다. 프리젠트는 출판일도 함께 하고 있는데, 부산의 다이내믹한 모습과 서정적인 모습 등 부산의 다양한 모습을 그대로 담은 'BUSAN'이라는 책을 제작해 출판했다. 강 대표는 "프리젠트가 부산 기업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부산 기업 홍보대사를 자처해 부산을 알리는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리젠트 카페 곳곳에 적힌 'we love this city, Busan' 등의 문구로 강 대표가 얼마나 부산을 사랑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런 그가 최근 '라면집도 디자이너가 하면 다르다'는 책을 출간했다. 그는 평소 "왜 라면집은 다들 비슷비슷할까"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디자이너가 하면 다르지 않을까 생각했다. 같은 것에서도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는 디자이너의 안목이 늘 필요하다는 얘기다.

강 대표는 "지금껏 하던 방법으로는 문제가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면 창의적인 작업을 많이 하는 디자이너들이 어떻게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뭔가 다른 경쟁력’을 갖추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했다.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suvely@busan.com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suvel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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