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 미술관, 옻칠화가 임선미 작가 초대전 '장롱 속 이야기'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suvel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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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미 작가의 '장롱 속 이야기' 90X60cm 임선미 작가의 '장롱 속 이야기' 90X60cm

부산의 중구 산복도로 반지하 공간에서 문화와 예술을 통해 달빛처럼 스며들기를 실천해오고 있는 달리 미술관(관장 박선정)이 2021년 마지막 초대전으로 옻칠화가 임선미 작가 작품을 전시 중이다.

'장롱 속 이야기'라는 이번 전시 제목에서 유추해 볼 수 있듯 작가는 장롱 속에다 고이 접어 넣어 둔 듯한 우리 선조들의 정서를 작품에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달, 항아리, 호박, 모란, 연꽃, 그리고 고개를 들면 겹겹이 산 너머 너머로 보이는 산처럼 우리에게 친근한 이미지들이 그녀 작품의 소재이자 주제다.

임 작가의 설명대로 칠이란 원래 우리 생활 속에서 익숙한 것으로 결을 그대로 살리면서 더욱 생동감 있게 살려내는 투명칠, 칠흑 같은 어둠이 오히려 사치스럽고 오만스럽게 보이기도 하는 흑칠, 그리고 매혹적인 주칠이 있다. 이러한 칠은 방수, 방충, 방독의 기능까지 담은 채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전통공예를 통해 일상 속 예술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친근한 공예작품으로서의 옻칠을 넘어 그녀는 이러한 옻칠을 우리의 전통 민화적인 회화를 겸한 예술작품으로서 승화시킨 국내 옻칠 화가 1세대다.

임 작가는 중국 북경에서 유학을 하던 중 옻칠화의 매력에 빠진 이후 옻칠을 더욱 집중적으로 배우기 위해 사천성으로 옮겨 석사과정을 마쳤다. 옻은 고온 다습한 지역에서 많이 생산되며 옻의 성질상 25도 이상의 평균 온도와 70% 이상의 습도가 유지되어야만 건조가 가능하기 때문에 중국에서도 주로 사천지역에서 옻칠화가 제작됐다. 귀국 후에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예술작품으로서의 옻칠화를 소개하는 뜻깊은 행사인 2004년 '한국 옻칠 회화전 창립전'에 참여함으로써 옻칠화를 국내에 알리는 선구자로서의 역할을 시작했다. 이후 다수의 개인 초대전과 단체전을 통해 현재까지 국내의 대표적인 옻칠화가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그녀의 작품 중 '향화' 외 다수 작품은 미술은행을 통해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한 여러 관공서에 소장되어 있다.

'호박' 100X80cm '호박' 100X80cm

임 작가는 옻칠을 통한 자신의 작품 생산과정을 ‘산고’에 비유한다. 여느 예술 활동들도 모두가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옻칠 작품은 생칠의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어쩔 수 없이 '옻오름'의 고통을 겪어야 한다. 그러한 고통과 함께 대여섯 번의 옻칠을 통해서만 제대로 된 빛을 만들고 그 위에 조개를 비롯한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킬 수 있기에 그렇게 낳은 작품은 작가의 더없이 아프고 소중한 생명인 셈이다. 그녀의 작품 속 재료 중 가장 특이한 것은 달걀 껍질이다. 모래나 나무껍질의 질감을 표현하는 데 있어 그녀는 독창적으로 달걀 껍질을 재료로 쓰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복과 행운을 드리고 싶은 작가의 마음을 담은 '호박'과 '길상화' 및 명상을 통한 편안함을 기원하는 '사색'과 '청산별곡'을 비롯한 스무 작품이 전시됐다. 오는 6일에는 작가와의 만남도 예정되어 있다.

임 작가는 "작가노트에 '어떻게 해야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까요? 어떻게 해야 조금 더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어줄 수 있을까요?"라고 썼듯, 2년째 우리의 일상을 가로막고 있는 팬데믹 상황에서 시민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려는 마음으로 작품에 임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suvel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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