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반대했는데… ” 화학공장 화재에 녹산산단 기업들 불안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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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화학물질 취급 공장 22일 불
산단 기업들 지난해 반대 민원
울산 등 화학산단 이전 주장도
해당 공장 “프로세스 개선할 것”

지난 22일 오전 강서구 송정동 녹산국가산업단지 A 화학공장 에폭시 생산동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근 또다른 업체 마당에 A 공장 측 탱크 일부로 추정되는 물체가 떨어져 있다. 독자 제공 지난 22일 오전 강서구 송정동 녹산국가산업단지 A 화학공장 에폭시 생산동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근 또다른 업체 마당에 A 공장 측 탱크 일부로 추정되는 물체가 떨어져 있다. 독자 제공

지난해 부산 녹산국가산업단지 업체들이 건설을 반대했던 A 화학공장에서 공장 가동 전 불이 나면서 또다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다행히 이번 화재는 인명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인근 업체 관계자들은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중 가장 작은 규모일 뿐이라며 우려를 감추지 못한다. 불이 난 공장 측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프로세스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26일 부산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전 8시 15분 강서구 송정동 녹산산단 내 A 화학공장의 에폭시 생산동에서 불이 나 2시간 30분 뒤인 10시 50분께 완전히 꺼졌다. 작업자 3명이 대피해 다행히 인명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소방에 따르면 에폭시 생산동 건물과 내부 설비가 불에 타고 옥외 탱크 1개와 옥내 탱크 6개가 소실돼 소방 추산 3억 9877만 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났다. 소방은 공장 내부 정비 작업 중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지난 24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찰 등과 합동 감식을 진행했다.

이번 화재에서 불에 탄 탱크는 완제품이 되기 직전 단계인 재공품을 저장하는 용도로 확인됐다. 화재 당시 탱크 내부는 거의 비워져 있었지만 소량 화학물질이 남아있었다면 유증기의 영향으로 불이 붙을 수 있다는 게 공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공장은 지난해 7월 시운전 후 가동을 멈추고 내부 설비를 정비하고 있다.

공장이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화재가 나자 녹산산단 입주 업체들은 두려움을 호소한다. 사고가 난 공장은 서울에 본사를 둔 화학소재 제조기업의 부산공장으로, 에피클로로히드린(ECH) 등 화학물질을 약 150t 규모로 저장하는 유해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으로 전해진다. 에피클로로히드린은 인체에 유입되면 호흡곤란, 폐 손상, 암 등의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지난해 4월 한국산업단지공단 부산지역본부는 녹산산단 입주기업들로부터 공장 건설을 반대하는 민원이 제기되자 설명회(부산일보 2022년 4월 7일 자 8면 보도)를 열기도 했다.

화재 여파로 약 2~3m 높이의 담을 사이에 두고 바로 마주한 인근 제조업체 마당에 탱크 덮개로 추정되는 물체가 떨어지기도 했다. 또다른 업체는 폭발음으로 추정되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공장 내부의 전기를 완전히 차단하고 직원들을 대피시켰다고 전했다. 녹산산단 B 업체 관계자는 “이렇게 큰 공장에서 위험한 물질을 대량 취급하면, 차라리 여수나 울산처럼 공장 간 거리가 먼 화학산업단지로 가야한다”며 “소방서나 환경청, 공단의 허가를 다 받았다고는 하는데, 만약 사고가 나면 반경 수백m 이내는 초토화 될 수 있기 때문에 관계기관이 총체적인 검토를 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녹산산단경영자협의회 이남규 회장은 “일부 업체는 이전 비용을 무릅쓰고 다른 산단으로 이전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녹산산단에서 유해화학물질을 다량 취급하는 사업장에 대해 주변 업체와 추가 이격거리 확보를 요구하는 규정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산업단지공단 부산지역본부 관계자는 “유해화학물질 공장이라고 해서 추가적인 이격거리를 요구하는 규정은 없다”며 “소방서 안전점검도 받았고, 특이하게 화학물질 양이 많다 보니까 환경부의 환경통합허가도 받은 상태다. 공장 설립 시 마지막 단계에서 안전 관리 계획을 담은 서류도 제출 받았다”고 전했다.

공장 측은 인근 업체에서 우려하는 에피클로로히드린은 지하 탱크에 저장되어 있다고 해명했다. 또 오는 27일부터 주변 업체를 방문해 사고 개요와 향후 대처 계획을 설명할 예정이다. 공장 관계자는 “제품의 70% 가량을 수출하고 있어 부산신항과 가까운 녹산산단에 입주했다”며 “사고를 계기로 전반적인 프로세스를 철저히 검토해 개선하고, 안전구조진단도 따로 받을 계획이다”고 밝혔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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