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항대로 vs 부산대첩대로’ 북항 새 도로 작명 논란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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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구역 도로명 의견수렴 과정에서
지자체·부산대첩기념사업회 ‘갑론을박’
장소적·역사적 상징성 놓고 이론 팽팽
5월 초 주소정보위원회 거쳐 최종 결정

부산항 북항재개발지역 내 신설 도로의 ‘작명’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이순신 장군의 역사성을 강조한 ‘부산대첩대로’와 명확하고 간결한 ‘북항대로’를 두고 부산시는 고민에 빠졌다.

부산시는 26일 "오는 29일까지 북항재개발지역 중심을 지나는 도로의 이름을 정하기 위한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사)부산대첩기념사업회(이하 사업회)가 제출한 ‘부산대첩대로’와 동·중구가 제출한 ‘북항대로’ 두 가지 안을 두고 시민 의견을 듣겠다는 것이다. 이 도로는 중구 중앙동 5가 17-1번지에서 시작해 동구 초량동 45-69번지까지 이어진다. 도로 길이는 2.3km이며 폭은 40~53m인데 동구와 중구의 관할 행정구역이다.


사업회 측과 시민단체 등은 도로 이름을 ‘부산대첩대로’라고 지어 역사성을 강조하자고 주장한다.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대승을 거둔 부산포 지역이 다름 아닌 북항이기 때문이다.

특히 아직 이순신 장군과 관련한 기념관이나 역사관이 없기에 도로명을 ‘부산대첩대로’로 지어 상징성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또한 해당 도로 옆에는 1592년 임진왜란 첫 전투에서 부산진성을 지키다 순국한 충장공 정발 장군의 이름을 딴 충장대로가 있어 ‘부산대첩대로’가 그 옆을 지날 때 역사적 의미를 더욱 살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업회는 시에 제출한 건의문에서 '경남 통영시와 거제시만 해도 이순신 장군의 전적지와 관련 유적지가 손으로 꼽을 수조차 없이 많다. 길 이름에도 의미를 살려 도시 전체에 장군의 충혼이 깃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부산은 이순신 장군과 장수들의 충정 어린 애국애족 정신을 잊고 있다'고 밝혔다.

시민사회에서도 이 같은 의견을 지지하고 나섰다. 권대오 래추고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부이사장은 “북항재개발지역은 이순신 장군의 부산대첩이 있었던 곳이다. 시는 이날을 기념해 부산시민의날로 삼고 있다”며 “장소적, 역사적 상징성을 살려 부산대첩대로로 이름이 지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기초자치단체는 ‘부산대첩대로’ 대신 ‘북항대로’로 이름을 짓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미래를 향한 지향성이 분명히 드러나야 하고, 길고 어려운 이름은 편의성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는 게 그 이유다.

동구청 토지정보과 관계자는 “북항재개발 사업으로 조성된 사업지 안의 도로이기 때문에 앞으로 열어 갈 북항시대를 알리는 상징성을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구청 역시 동구청과 입장을 같이한다. 중구청 건설과 관계자는 “북항을 가로지르는 도로이기 때문에 ‘북항대로’가 적절하다”며 “긴 이름보단 간결한 이름이 시민이 부르기에도 더 편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는 도로명 주소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를 마무리하면 주소정보위원회를 열고 두 가지 도로명을 심의할 예정이다. 이후 4월 말에서 5월 초 도로명 주소를 결정짓고 시에서 자치구로 결과를 고시할 예정이다.

도로명 주소의 결정권을 쥔 시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시 토지정보과 관계자는 “의견수렴을 통해 주민 의견을 충분히 들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남은 절차를 통해 새 주소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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