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있던 고혈압과는 전혀 다른 고혈압 ‘폐동맥고혈압’ 아시나요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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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없이 숨차거나 답답하고 어지럽다면 의심해 봐야
선천성 심장질환, 결체조직 질환 있을 땐 발병 가능성
생존율 높이려면 조기 진단, 약제 조기 병용 요법 중요

폐동맥고혈압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폐동맥고혈압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고혈압은 익숙하지만 폐고혈압이나 폐동맥고혈압은 낯설다. 특히 폐동맥고혈압은 위험성에 비해 인지도는 턱없이 낮아 심각한 상태에 이르러서야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흔히 알고 있는 고혈압과는 전혀 다른 고혈압인 폐동맥고혈압은 조기 진단이 어렵기 때문에 발병 가능성이 있는 이들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폐고혈압과 폐동맥고혈압이란

고혈압은 전신 순환을 책임지는 혈관의 압력이 정상보다 높은 상태를 의미한다. 수축기 혈압(최고 혈압)이 140mmHg 이상이거나 확장기 혈압(최저 혈압)이 90mmHg 이상인 경우로 정의한다.

폐고혈압은 전신에서 작용하는 일반적인 고혈압과는 달리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운반하는 혈관의 압력이 정상보다 높은 상태를 말한다. 가장 흔한 원인은 판막병, 좌심부전 등 심장병으로 인한 것이고, 그다음은 폐 질환으로 인한 경우가 많다. 폐고혈압 중에서도 폐동맥고혈압은 폐동맥 자체에 병이 생겨서 폐동맥이 두꺼워지고 압력이 높아져 폐의 혈액 순환이 안 되고 오른쪽 심장 기능이 떨어지는 경우다. 혈관이 좁아지면서 호흡곤란·심부전이 발생해 돌연사할 수 있다.

부산대병원 순환기내과 최정현 교수는 “폐동맥고혈압은 여성 환자의 비율이 높기는 하지만 남성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며 “초기 보고에서는 30대 여성 환자가 많다고 했지만 최근 보고들을 보면 평균 연령이 50~65세로 높아지고 있으며, 고령층에서는 성별 차이가 뚜렷하지 않은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폐동맥고혈압 환자는 인구 100만 명당 5~15명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국내 환자는 6000명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부산대병원 순환기내과 최정현 교수가 폐동맥고혈압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부산대병원 제공 부산대병원 순환기내과 최정현 교수가 폐동맥고혈압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부산대병원 제공

■심장초음파·우심도자술 등으로 진단

폐동맥고혈압이 발병하는 원인은 불명확하다. 선천성 심장질환, 경피증 등 결체조직 질환이 있는 경우에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가족성 폐동맥고혈압의 경우에는 유전자 변이가 원인일 수 있다.

‘이 증상은 딱 폐동맥고혈압’이라고 할 만한 특이적인 증상은 없다. 특히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쉽게 피곤해지고 잘 붓고, 걷거나 일할 때 이전보다 숨이 차거나 답답하고 어지러운 경우, 특히 선천성 심장질환이나 결체조직 질환이 있거나 가족 중 폐동맥 고혈압이 있는 경우에는 의심을 해봐야 한다.

폐동맥고혈압이 의심되면 심전도 검사, 피검사, 흉부 방사선 검사, 폐기능 검사 등의 기본 검사와 심장초음파 검사를 통해 대략적인 폐동맥 압력과 심장 상태를 확인한다. 기본 검사와 심장초음파 검사에서 폐동맥고혈압이 강하게 의심되면 우심도자술을 통해 확진한다. 우심도자술은 카테터라 불리는 가느다란 관을 정맥을 통해 폐동맥까지 삽입해 폐동맥압을 측정하는 방법이다.

최정현 교수는 “폐동맥고혈압은 흔한 질환은 아니지만 제때 정확한 진단을 받고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병이다”며 “의심되는 경우에는 심장초음파 등을 통해 선별검사를 하고 정확한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위해 전문센터를 방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기 치료와 조기 병용 요법 중요

폐동맥고혈압은 꾸준한 약물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위험도에 따라서 약물 개수와 종류가 다를 수 있고, 운동 범위 등도 다르므로 주기적인 검사와 상담이 꼭 필요하다. 폐동맥고혈압 환자는 급작스러운 온도 변화에 주의해야 하고 염분 제한이 필요하며, 수분과 영양 섭취에 신경 써야 한다. 감기와 폐렴은 병의 악화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독감과 폐렴구균 예방접종은 반드시 해야 한다.

과거에는 폐동맥고혈압의 총 생존율이 2.8년 정도로 알려져 있었지만, 위험도에 따라 생존율은 다르며 최근 약물 치료의 발전과 조기 치료를 통해서 10~20년 생존도 가능하다.

폐동맥고혈압 환자들의 생존율과 증상 개선에는 조기 진단, 조기 치료, 특히 약제 조기 병용 요법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동안은 국내 보험급여 기준 때문에 많은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했다. 올해 초 일부 개선돼 비보험으로 고가의 약물 치료를 하던 환자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

최정현 교수는 “병용요법을 통해 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게 된 부분은 다행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환자만 조기 병용 요법이 가능하게 돼 있어서,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게 하는 요소들을 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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