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최고가격, 150원 전격 인하…27일 0시부터
27일부터 휘발유·경유·등유가격 L당 150원 일괄인하
주유소 휘발유·경유 평균가격 1800원대로 내릴 전망
종전 MOU 합의 등 따른 국제유가 하락분 선제 반영
재고 소진 등으로 주유소 가격 인하엔 다소 시차 예상
정부는 27일 0시부터 7차 석유 최고가격을 6차 대비 L당 150원 인하하기로 결정했다고 26일 오후 7시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이번 주말인 27일 0시부터 국내 석유제품 최고가격이 직전 6차 최고가격 대비 L(리터)당 150원 인하된다. 이에따라 이날부터 보통휘발유(이하 휘발유), 자동차용 경유(이하 경유), 실내등유(이하 등유) 가격이 모두 L당 150원씩 내려간다. 미국과 이란 간 중동전쟁 종전 양해각서(MOU) 합의 등에 따른 국제 유가 하락분을 선제반영한 조치다.
정부는 27일 0시부터 7차 석유 최고가격을 6차 대비 L당 150원 인하하기로 결정했다고 26일 오후 7시 발표했다.
150원 인하는 휘발유·경유·등유 모두에 적용된다. 정유사 공급가격 상한은 L당 휘발유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으로 설정된다. 이번 인하 결정으로 전국 주유소에서 휘발유 및 경유 판매가격은 L당 평균 2000원 초반대에서 1800원대로 낮아질 전망이다.
정부는 ‘민생 안정’이라는 최고가격제도의 기본 취지 아래, 국내 석유가격 안정과 국민 물가 부담 완화를 위해 국제유가 하락분을 선제적으로 반영해 7차 최고가격을 전격 인하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지난주 미국·이란 간 종전 MOU 합의 이후, 유조선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 사례가 증가하는 등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은 다소 줄어든 상황이다. 이에 따라 지난 25일 국제 유가는 배럴당 70달러대 초·중반까지 하락했고, 국제 석유제품 가격도 6월 초 대비 크게 내렸다.
국제유가 동향을 보면 브렌트유는 6월 첫째 주에 배럴당 평균 95달러에서 둘째 주 91달러, 셋째 주 80달러, 지난 25일에는 75달러까지 하락했다. 같은 기간 미국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역시 배럴당 평균 93달러에서 88달러, 78달러, 72달러까지 내렸다. 두바이유는 6월 첫째 주 94달러에서 88달러, 75달러, 64달러까지 떨어졌다. 국제유가가 전쟁 직전 수준을 사실상 회복했거나 오히려 전쟁 전보다 떨어진 것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본부 희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정작 국민들이 체감하는 국내 주유소 가격은 요지부동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26일 오후 5시 기준으로 전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L당 2005.8원, 경유 판매가격은 L당 1996.7원으로, 지난 4월 이후 석 달째 2000원 안팎의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전쟁 전 1500∼1600원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괴리가 크다.
이처럼 국제유가 하락이 국내 석유제품 가격에 즉각 반영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시차' 때문이다. 주유소들이 통상 2∼3주 간격으로 제품을 공급받다 보니 전 단계의 비싼 재고가 먼저 소진돼야만 가격을 내릴 수 있는 구조다. 정부가 설정한 석유 최고가격이 여전히 높은 수준에 묶여 있는 점도 가격 하락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앞서 정부는 급격한 유가 상승세를 억제하기 위해 지난 3월 13일부터 석유 최고가격제를 전격 시행했다. 중동 전쟁 발발 이후 유가가 폭등세를 보이자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도매가격에 상한선을 설정한 것이다. 석유 최고가격은 지난 3월 27일 시행된 2차 조정 때 유종별로 L당 210원씩 상향 조정된 이후 석 달 가까이 같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이다.
이처럼 석유 최고가격제는 도입 당시에는 국내 유가 폭등을 막는 '방어선' 역할을 했지만, 국제유가가 떨어진 지금은 오히려 국내 가격이 더 내려가지 않도록 떠받치는 지지선이 되고 있다.
이번 최고가격 인하 조치와 관련, 정부는 기존 유류 재고가 소진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주유소 가격 인하에는 다소 시차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최고가격 하락을 국민들이 신속히 체감할 수 있도록 기존 재고가 남아있다는 이유로 가격 인하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는 주유소에 대해 면밀하게 점검을 실시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정부와 소비자 단체, 공공기관 등이 합동으로 전국 1만여 개 주유소의 가격과 물량을 집중 모니터링하면서, ‘범부처 시장점검단’을 통한 고강도 현장점검을 통해 불법행위 주유소를 적발하고, 엄정하게 조치해 나갈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7차 최고가격은 향후 4주간 적용할 예정이지만, 중동정세, 국내외 유가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관련 상황 변화에 따라 4주 조정주기를 탄력적으로 운영해 나갈 방침이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