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성탄절은 오는 일요일입니다. 내년 부처님오신날은 5월 27일 토요일입니다. 주간 초과근로(연장근무) 시간 한도를 늘리는 논의가 이뤄지는 삭막한 시기, 두 성인의 탄신을 기념하는 공휴일마저 하필 주말과 휴일에 겹쳤습니다. 직장인들은 휴일을 도둑 맞은 느낌에 한탄합니다. 물론 이런 날도 제대로 못 쉬는 비정규직도 있고, 안 쉬어도 좋으니 작은 일자리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취업준비생도 있지만요.
근로시간 연장 논의 와중에 휴일과 공휴일 중복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니, 여당에서는 성탄절과 석가탄신일도 국경일에 준해 휴일과 겹치면 대체공휴일로 지정하는 안을 추진하겠답니다. 내수 진작, 국민 휴식권 확대라는 명분도 있고, 종교계도 대체공휴일 지정을 요청하고 있어, 정부도 긍정적입니다. 절차도 간단합니다. 국무회의에서 '공휴일에 관한 법률' 시행령만 개정하면 됩니다.
일하는 모든 사람이 더 쉴 수 있다면 좋은 일입니다. 그 연장선에서 노동자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최대 근로시간의 마지노선도 지켜졌으면 좋겠습니다.
정부는 소정근로시간 주 40시간에 더해 초과근로를 12시간까지 허용하는 현행 제도를 29시간까지 늘리는 안을 구상 중입니다. 주말과 휴일을 제하고 평일에 8시간 기본 근로에 매일 거의 6시간씩을 더 일한다는 얘깁니다. 24시간 중 14시간 일하고, 잠자는 8시간에 출퇴근 2시간을 제하면 남는 시간이 없습니다. 잠만 자고 일하는 기계로 사는 삶입니다. 정부가 말하는 게임·IT(정보기술) 등의 업종에서 이렇게 일할 노동자들은 대부분 청년 세대입니다. 연애도 결혼도 상상할 수 없는 삶입니다.
부처님과 예수님은 이런 노동자들의 희생을 외면한 채 성탄절과 석탄일이 대체공휴일로 지정되기를 원하실까요? 불교와 기독교에서는 인간을, 깨닫지 못했을 뿐 내면에 불성이 잠재한 미완의 부처, 하늘나라를 돌아갈 고향으로 간직한 하나님의 자녀로 봅니다. 굳이 종교를 끌어오지 않더라도 노동자이기 전에 천부인권을 가진 인간으로 그들을 대하기를, 근대 이후 이어져 온 장시간 노동 철폐의 역사를 거스르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