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객 뜸한 동삼동패총전시관, 확장 이전 사실상 무산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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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지자체 계획에 반대
“신축 땐 문화재 훼손 우려 크다”
영도구, 기존 시설 증축 등 검토
“접근성 개선 방안 등 고민 중”

한반도 신석기 대표 유적인 부산 영도구 동삼동 패총 유적지 일대 모습. 왼쪽 흰색 건물이 동삼동 패총 전시관이다. 부산일보 DB 한반도 신석기 대표 유적인 부산 영도구 동삼동 패총 유적지 일대 모습. 왼쪽 흰색 건물이 동삼동 패총 전시관이다. 부산일보 DB

국내 신석기시대 대표 문화유적인 부산 영도구 동삼동패총전시관을 재정비하려던 영도구청의 계획이 문화재청의 반대에 부딪혔다. 전시관의 확장·이전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문화재청의 공식 답변이 왔기 때문이다. 영도구는 다른 대안을 찾고 있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을 전망이다.

20일 영도구청에 따르면, 지난 6일 문화재청은 유적지 내 동삼동패총전시관을 옮겨 새로 확장해 짓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하다는 답변을 공문으로 보내왔다.

문화재청은 영도구가 제시한 전시관 확장·이전 부지 또한 문화재 보호구역에 포함돼 있어 신축 때 문화재 훼손에 해당한다고 봤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해당 구역에 건물을 짓는 것은 실제 심의에서도 통과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문화재 훼손 우려도 크다”며 “또 그만한 공사를 10년 안에 하겠다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전시관 이전 반대 이유를 밝혔다.

앞서 영도구청은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동삼동 패총이 가진 문화재적 가치를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동삼동 패총 종합정비계획 수립용역’을 진행했다. 그 결과, 종합정비계획에서 정해진 주차장 부지 조성, 야간경관 조명 설치 등의 계획안을 내년에 열릴 문화재청 심의에 앞서 전달, 검토를 요청했다.

국가 사적 제266호 동삼동 패총은 신석기시대 조개무지 무덤으로 빗살무늬 토기와 조개가면 등 당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각종 유물이 대거 출토되는 등 고고학적으로 높은 가치를 지닌다.

하지만 지난 2002년 개관한 동삼동패총전시관은 동삼동 패총 문화 유적지 외곽에 위치해 있다 보니 접근성이 떨어진다 평가를 받는다. 한국해양대학교로 진입하는 도로에 붙어 있어 방문객들이 전시관을 그냥 지나치기도 쉽다. 전시관에 맞붙어 있는 패총 유적지 또한 잔디와 잡초 등으로 덮여 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

전시관 측에 문의한 결과, 실제로 지난 1~2월에는 하루 평균 방문객이 16명에 불과했으며, 올해 3월 이후에도 대체로 방문객이 하루 100명을 넘기지 못하는 수준에 그쳤다.

전시관 관계자는 “아무래도 전시관이 영도에서도 외진 곳에 있어 잘 알려지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며 “화장실을 사용하려고 전시관에 들어왔다가 우연히 전시를 둘러보는 방문객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영도구는 현재 전시관을 확장·이전한다는 계획은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고, 대체 안을 고심 중이다.

하지만 문화재 보호구역에서 벗어난 인근 부지를 매입해 전시관을 다시 짓는 대안은 부지 확보와 설계, 신축 등에 수십억 원에 달하는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구청 입장에서는 예산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

이 때문에 영도구청은 기존 전시관을 증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전시관을 관리하는 부산시와 예산 마련 등의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영도구청은 이번 문화재청 답변을 토대로 최종 계획안을 작성해 문화재청에 전달할 계획이다. 전시관 확장·이전 계획은 빠질 가능성이 높다. 영도구청 관계자는 “한 달 이내에 문화재청에 최종 보고서를 보낼 생각”이라며 “문화재를 보존하면서도 시민들과 관광객이 동삼동 패총 유적을 체험할 수 있는 방안을 준비하겠다”고 설명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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