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문화 백스테이지] 사라 장 연주를 중극장에서 들었더라면…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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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 훌륭해도 문화회관 대극장서 듣기엔 아쉬워
음악 전용홀 짓더라도 문화회관 업그레이드 해야

지난 18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사라 장과 비르투오지 연주 모습. 크레디아 제공. 지난 18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사라 장과 비르투오지 연주 모습. 크레디아 제공.

연주는 흠잡을 데가 없었다. 지휘자 없이 공연하는 게 쉽지 않은데, 연주자들도 만족감을 표했다. 객석은 전석 매진에다 선배 음악가의 넉넉함까지 더해져 무척 훈훈했다. 지난 18일 오후 부산문화회관 대극장(1400석)에서 열린 ‘사라 장&비르투오지’ 음악회다. 코로나19로 미뤄졌던 사라 장(장영주·바이올린)의 내한 투어가 3년 만에 열린 데다 2014년 이후 부산 연주는 8년 만이어서 기쁨은 배가 됐다.

사라 장도 이번 전국 5개 도시 순회 연주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팬데믹을 겪으며 많은 것들을 다시 바라보게 됐어요. 연주를 많이 하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가족, 친구,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하며 인생의 중요한 단계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이런 마음가짐이 전해진 덕분일까. 사라 장이 무대에 등장하자마자 관객들은 환호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대극장 객석 1, 2층을 천천히 훑어본 뒤 활을 잡는 그의 모습에선 남다른 여유마저 느껴졌다.

공연 레퍼토리는 사라 장 자신이 좋아하는 곡들로 채웠다. 비탈리 샤콘느 사단조, 바흐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사단조, 그리고 비발디 바이올린협주곡 ‘사계’ 전곡이다. 앙코르곡은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들려줬다. 사라 장은 “아름답고, 독특하며, 친숙한 그런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싶었다”면서 “우리는 이제 막 팬데믹에서 벗어나고 있고, 그 어느 때보다 우리 삶에 아름다움과 예술문화가 필요할 때라고 생각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1부 두 곡은 선 채(첼로 제외) 연주했다. 바로크 시대 곡을 연주하는 만큼 그 시대 분위기를 살린 듯했다. 바흐 곡을 연주할 땐 두 대의 바이올린 중 한 대는 사라 장이 맡고, 나머지 한 대는 비르투오지 멤버 3명(장유진 심동영 오수안)이 각각 파트너를 이뤄서 주거니 받거니 했다. 후배 음악가를 위한 사라 장만의 배려가 아닐까 싶었다. 공연이 끝나고 대기실에서 만난 사라 장은 “원래는 순회 연주를 하는 도시의 재능 있는 어린이 연주자들과 함께하고 싶었는데 여의치 않았다”고 귀엣말로 속삭였지만, 후배 음악가들과의 합주에도 만족감을 나타냈다.

모든 게 좋았던 이날의 공연이었지만 옥에 티는 있었다. 연주자들의 뛰어난 기량과 무관하게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이 사라 장과 17명의 비르투오지 연주자들의 섬세함을 완벽하게 받쳐주진 못했다는 점이다. 이날 공연을 관람한 한 음악인은 “샤콘느만 하더라도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이 되어야 하고, 가슴을 후벼 파야 하는데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이런 감동을 하기엔 한계가 있었다”면서 “차라리 중극장이었다면 감동은 배가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닌 게 아니라 마이크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클래식 음악 특성상 부산문화회관은 대극장보다 중극장이 실내악 연주를 즐기기에 훨씬 좋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이것은 단순히 공간이 크다 작다는 의미보다는 소리 울림이나 흡음 상태를 따져서 하는 말이다. 하지만 중극장은 객석 수가 대극장의 절반 수준이어서 흥행을 고려하는 공연일수록 대극장을 고집할 수밖에 없다. ‘예술이냐, 흥행이냐’의 딜레마인 셈이다.

이제 2025년이면 부산에도 국제아트센터 같은 음악 전용홀이 생긴다. 지금보다는 나은 환경에서 고품격 음악 공연을 즐길 수 있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산 대표 공연장 부산문화회관의 역할을 생각하면 시설 업그레이드는 불가피하다. 너무나 멋진 공연을 실황으로 보고 난 뒤의 감흥치고는 씁쓸하지만, 연주자와 관객 모두가 더 행복한 공연을 즐기기 위한 고언이라고 생각해 주면 좋겠다. 어제오늘 일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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