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호남 투자 많지만 누적하면 조족지혈"이라는 이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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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권 배제하고도 대승적 협조 주문
결정 과정 공개 산업 경쟁력 약화 막길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호남권을 제2의 반도체 생산기지로 조성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정부 메가프로젝트를 둘러싼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려면 지역을 살리는 정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와 함께 정부가 사실상 기업에 투자를 강요한 게 아니냐는 논란까지 일고 있다. 더욱이 균형발전 실효성을 높이려면 각종 인프라가 집중된 부산과 울산, 경남 등 동남권을 수도권에 견줄 지역 성장축으로 육성하는 게 합당하다. 그러나 정부는 결정 과정조차 불투명한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하며 동남권을 들러리로 전락시켰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재명 대통령은 대승적 협조만 주문하고 있으니 말문이 막힌다.

이 대통령은 3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전날 메가프로젝트와 관련해 “호남 투자가 조금 많은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역사적으로 누적된 투자량을 비교한다면 그야말로 조족지혈에 불과하다“며 “지역 차별 운운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은데, 모두 이해를 해달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아픈 과거지만 영호남 차별이 있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도 했다. 이 대통령이 직접 호남권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배경을 밝히며 이해를 요구한 것이지만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더욱이 과거를 소환해 동남권 등 다른 지역을 배제한 논리로 삼은 것은 이 자체가 지역 차별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이 대통령과 정부의 주장이 국민적 공감을 얻으려면 호남권에 반도체를 몰아준 합당한 논리를 제시해야 한다. 기업들이 투자를 결정한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국민의힘 부산·울산·경남 국회의원들이 30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모든 과정이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발표부터 한 뒤 뒤늦게 근거를 맞추는 방식은 산업정책이 아니라 정치적 기획이라고 지적했다. 국힘은 국정조사 추진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이 모든 것은 3대 메가프로젝트가 사전에 충분히 공론화되지 못한 채 졸속 발표된 데 따른 것이라는 의구심마저 든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 경제는 위기 상황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이 선전하면서 경제에 그나마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 그러나 이번 호남권 반도체 몰아주기 논란 때문에 우리 반도체 산업이 악영향을 받지 않을까 무척 우려된다. 특히 기업들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마지못해 동의했다면 이는 우리 산업의 경쟁력과 대외 신인도를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 더욱이 현재 세계는 반도체 강국인 우리 정치와 경제 정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예산 확보 방안 등도 없이 ‘동남권엔 피지컬 AI’라는 식의 추상적 청사진만 던질 것이 아니라 빠른 시간 안에 구체적 비전을 제시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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