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PK 지역 피지컬 AI·우주항공 투자에 대한 기대와 우려
투자 현실화 위한 지역 절박한 몸부림
정부·기업이 화답해야 들러리론 불식
이재명 대통령이 3일 경남 진주시에서 열린 영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투자협약식이 끝난 뒤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재수 부산시장, 정연인 두산에너빌리티 부회장,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이 대통령,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 정재헌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문혁수 LG이노텍 사장,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가 야심차게 발표해 온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의 전체 윤곽이 마침내 확정됐다. 지난 3일 이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 가운데 열린 ‘영남권 첨단산업 발전 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영남권 투자 계획이 구체화했기 때문이다. 이 보고회에서 삼성·SK·현대자동차·한화·LG·두산 등 주요 기업들은 영남권에 모두 312조 원 이상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를 두고 앞서 발표한 호남권의 890여조 원이나 충청권의 390여조 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적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수도권에 집중 투자돼 온 재원이 지방으로 대거 물꼬를 트는 계기가 마련된 만큼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큰 것도 사실이다.
정부와 기업들이 보고회를 통해 밝힌 동남권의 미래는 ‘피지컬 AI’와 ‘우주항공’이라는 두 분야로 축약된다. 각론적으로는 휴머노이드 로봇, AI 데이터센터 등 AI 제조 혁신 거점 구축과 자율주행차, 우주발사체 개발 등이 울산과 경남을 거점으로 해 거론됐다. 구윤철 부총리는 여기에다 부산 지역이 강점을 보이는 차세대 전력 반도체까지 포함해 전략 특구를 구성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에 이번 투자 계획이 신산업에 대한 투자보다는 지역의 기존 산업 지원에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발표를 환영하면서도 '호남권 전폭 투자를 위한 들러리로 이 지역을 세운 것이 아니냐'던 동남권 산업계 목소리의 연장선이다.
어떤 방향으로 해석을 한다고 해도 그동안 정부나 기업들의 투자가 수도권에 집중돼 오던 과거와는 양상이 달라졌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배경이 무엇이든 지역 균형발전을 향한 투자의 방향성을 놓고는 박수를 쳐야 마땅하다. 문제는 이번 프로젝트의 발표가 얼마나 실행력을 가질 수 있느냐다. 특히 비수도권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선언적으로 이뤄져 왔던 지역 이전이나 투자가 어떻게 왜곡되거나 무산됐는지를 너무나 자주 접해와서다. 경남 사천에 우주항공청을 개청하고도 연구개발 기능을 수도권 인접지로 분리하려던 게 불과 지난해의 일이다. 이 같은 박탈감들이 특정 지역 들러리론이 자랄 수 있는 토양이 되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동남권에서는 투자의 현실화를 위한 몸부림이 이어지는 중이다. 김상욱 울산시장이 울산 투자 계획을 밝힌 기업과 직접 접촉해 전력·인력·부지 확보를 위한 행정 지원과 속도전을 강조하고 나선 게 대표적이다. 경남과 부산의 광역단체장들도 조만간 기업과의 직접 접촉을 통해 구체적인 지원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와 기업이 내민 투자 카드는 기본적 얼개에 불과한 수준이다. 그 얼개의 구석구석을 얼마나 빨리, 얼마나 더 알차게 채울 수 있느냐는 결국 투자 주체와 대상의 공동 노력에 달렸다. 이제 시작된 동남권의 몸부림에 정부와 기업이 걸맞은 화답을 할 수 있어야만 들러리론을 잠재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