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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컨디션이 메달 판가름…장소 변화 생각 말고 루틴대로 방아쇠 당기길” [태극전사에 보내는 승전가]

“당일 컨디션이 메달 판가름…장소 변화 생각 말고 루틴대로 방아쇠 당기길” [태극전사에 보내는 승전가]

전통적으로 올림픽 초반에 열리는 사격은 대회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 같은 종목이다. 개막 직후부터 좋은 성적으로 한국 선수단에서 가장 먼저 승전보를 들려주는 종목이기도 했다. 대회 초반 사격이 선전하면 이어서 출전하는 한국 선수단 전체의 사기도 올라가는 효과도 있다. 한국 사격은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도 개막 다음 날(27일)부터 메달을 노리며 한국 선수단 전체의 선봉장으로 나선다.동시에 한국 사격은 이번 대회에서 ‘넥스트 진종오’의 등장을 기대하고 있다. 올림픽에 5번 출전해 금메달 4개를 따낸 '전설' 진종오의 은퇴 이후 한국 사격은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사이에 포진한 신예들 가운데 한국 사격의 미래를 이끌 에이스가 나타날 수 있다.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노골드로 체면을 구긴 한국 사격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이후 잠시 멎은 금빛 총성을 다시 울린다는 각오다. 부산시청 서성동(57) 감독은 지난 24일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사격은 경기 당일 심리 상태에 따른 변수가 워낙 커 예측이 어렵다”면서도 “금메달 1개 이상은 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권총 선수로 활약했던 서 감독은 1989년 전국체전에서 우승한 이름난 ‘총잡이’였다. 은퇴 후 부산시청을 20년간 이끌며 강팀으로 키웠고, 수많은 메달리스트를 배출한 한국 대표 사격 지도자다.■대회 앞 ‘신기록’ 기대감선수 시절 서 감독은 촉망받는 권총 유망주였다. 사격과 처음 만난 건 고교 3학년 때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늦깎이로 입문했지만 뛰어난 재능을 보이며 처음 출전한 주니어 대회에서 우승했다. 1989년 경찰체육단 선수로 참가한 전국체전 50m 권총에서 대회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서 감독은 선수에서 은퇴한 뒤 부산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서 감독은 2005년부터 부산시청에 감독으로 부임해 20년째 이끌고 있다. 서 감독은 부산시청을 강팀으로 만들었다. 서 감독이 키운 국가대표도 수없이 많다. 김장미(2012년 런던 올림픽 25m 권총 금메달), 정지혜(2014년 세계선수권 여자 10m 공기소총 은메달) 등 명사수들을 길러냈다.한국 사격은 이번 올림픽에서 8년 만의 금빛 총성을 기대한다. 파리 대회 사격에 걸린 금메달은 15개다. 권총·소총·산탄총 세 가지 총기 별로 각 5개의 세부 종목이 있다. 한국 사격은 16명의 선수가 출전해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3개를 노린다.현재 메달이 가장 유력한 종목은 양지인과 김예지가 출전하는 여자 25m 권총이다. 여자 권총 에이스 양지인은 세계 랭킹 2위의 강자다. 올해 1월 자카르타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세계 기록(41)으로 금메달을 땄다. 이어 5월 바쿠 월드컵 1차 대회에서도 자신의 세계 기록과 동점으로 우승하며 올림픽을 앞두고 영점을 잡았다. 김예지는 바쿠 월드컵 2차 대회에서 양지인이 앞서 세운 세계 기록을 갈아치우며 신기록(42점)으로 정상에 올랐다. 원래 10m 공기권총이 주 종목이지만 치열한 훈련 끝에 이 종목에서 정상급 기량으로 성장했다. 서 감독은 “두 선수의 입상 확률은 60% 이상으로 높게 예상한다”며 “경기에 나서기 전 지치지 않도록 컨디션 조절에 전념하라”고 말했다.■‘어게인 2012’도 가능?두 선수 외에도 한국 사격은 여러 종목에서 사수들이 메달을 정조준하고 있다. 기대주들이 제 기량을 펼친다면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로 한국 사격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둔 2012년 런던 올림픽의 영광을 재현할 수도 있다. 10m 공기소총·50m 소총3자세에 출전하는 박하준은 차세대 남자 사격 간판으로 꼽힌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10m 공기소총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땄다. 남자 선수단 맏형 송종호도 속사권총 세계 4위로 메달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특히 올해 1월 카이로 월드컵에서 자신의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우승하는 등 최근 기세가 좋다.‘고교생 사수’ 반효진은 한국 선수단에서 가장 어리다. 사격 입문 3년 만인 올해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고, 올해 6월 뮌헨 월드컵 여자 10m 공기소총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슈퍼 루키’다. 1위와의 점수 차는 0.1점에 불과했다. 지난해와 올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4개를 쏜 이은서도 50m 소총3자세에서 회심의 일격을 준비하고 있다.부산 출신 이원호도 남자 10m 공기권총의 다크호스로 꼽힌다. 이원호는 갑작스럽게 자신이 주로 쓰던 오른손에 수전증이 생기면서 팔을 바꿔야 했다. 왼팔은 물론 왼쪽 허벅지 등 평소에 쓰지 않았던 근육의 근력을 키우고 자세도 다시 잡아야 하기 때문에 제 기량을 되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원호는 왼팔로 바꾸고 1년 만에 다시 국가대표에 선발됐다. 서 감독은 “그만큼 이원호의 타고난 재능과 잠재성을 높게 평가할 수 있다”며 “이번 대회 이변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사격은 여러 종목 가운데 경기 당일 컨디션에 따라 결과에 큰 차이가 나타난다. 1시간 넘게 흔들림 없이 자세를 유지해야 하는 일도 다반사기 때문에 체력 관리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사격은 심리전이다. 특히 올림픽 무대가 중압감 속에서 침착함을 유지하고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 서 감독은 “올림픽처럼 국제 대회에 출전하면 달라진 경기장 환경이 낯설게 느껴져 자신감이 떨어질 수 있다”며 “장소에 대해 생각하지 말고 자신이 평소 지닌 루틴만 떠올려 그대로 따르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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