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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작은 박물관-⑤ 동래읍성 임진왜란역사관] 지하철 역사에 역사관이 있다?
'부산의 작은 박물관' 시리즈는 부산 곳곳에 존재하는 작지만 의미 있는 박물관을 찾아가 소개합니다. 부산 시민에게는 물론, 부산을 찾는 외지인에게도 숨어 있는 부산의 관광 명소를 소개하고 정보를 제공합니다. 시리즈는 총 5편으로 구성됩니다.
지금까지 이런 역사관은 없었다. ‘동래읍성 임진왜란 역사관’은 도시철도 4호선 수안역사 내에 있다. 국내에서 지하철 역사 내에 박물관 형태의 역사관이 들어선 것은 이곳이 처음이다. 그야말로 역사(歷史)가 있는 역사(驛舍)다.
역사관이 지하철 역사에 지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흥미롭다. 부산교통공사가 2005년 4월 수안역 공사를 위해 땅을 파던 중 돌담이 발견된 것이 시초다. 7월부터 2008년 8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실시한 발굴조사에서 이 장소가 문헌에도 기록이 없어 존재를 몰랐던 동래읍성의 ‘해자’였던 것이 드러났다. 해자란 성 외곽에 땅을 파서 물을 흐르게 한 도랑으로, 적군의 진격을 늦추는 일종의 방어시설이다.
해자에서는 다양한 무기류와 함께 임진왜란 당시 동래읍성 전투에서 희생된 약 100명 안팎의 유골이 나왔다. 현재까지 확인된 임진왜란 전쟁터 중에서 가장 많은 유물들이 출토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후 임진왜란의 참상과 선조의 항쟁을 기억하고자 2011년 수안역사 내에 개관한 것이 지금의 역사관이다.
역사관의 전시면적은 1천29㎡로 주 전시, 기획전시, 해자 단면 연출 등의 공간으로 꾸며졌다. 임진왜란 당시 동래읍성 전투장면을 재현하고 이를 전달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취재를 위해 방문한 수안역은 여타 다른 지하철 역사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보통 ‘만남의 광장’과 같은 용도로 사용되는 원형 공터에 대리석 기둥들이 빙 둘러져 있고, 벽면에는 임진왜란 때 사용한 갑옷과 화살 모형 등이 전시되어있다. 이 공터가 바로 해자가 발견되었던 지점이라고 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역사관 입구다. 돌기둥과 나무로 된 문, 기와지붕이 조선시대 성문을 연상시킨다. 내부로 들어서면 동래읍성 축소모형이 한눈에 들어온다. 해설사의 설명이 더해지니 훨씬 이해가 쉽다. 해자를 비롯한 전시물은 물론이고 임진왜란의 발발 경위부터 동래읍성 전투의 의의 등을 구체적이면서도 흥미롭게 소개한다.
특히 왜군에 끝까지 맞서 순절한 송상현 부사와 백성들의 항전을 그린 큼지막한 ‘동래부순절도(보물 392호. 육군박물관 소장)’ 사본을 보며 설명을 들으니 훨씬 생생한 느낌이다. 송상현 부사가 왜군에게 죽임을 당하기 전 부채에 눌러쓴 ‘순절시’는 안타까움과 함께 존경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부산에 그를 기리는 동상과 이름을 딴 광장이 세워진 이유를 깨달을 수 있다.
전시물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2분의 1 규모로 재현된 동래읍성 해자 발굴 현장이다. 폭 5m, 깊이 1.7~2.5m의 해자에서는 어린아이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인골 100여 구가 나왔다. 칼에 베이거나 둔기에 맞아 함몰된 두개골이 전투의 참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1608년 동래부사로 부임한 이안눌은 ‘동래맹하유감’에서 “성 가운데로 모여 들어온 백성들이 동시에 피바다를 이루고, 쌓인 시체 밑에 몸을 던져 천 명 백 명 중에 한 두 명이 살아남았”다고 기록했다.
해자에서 출토된 다양한 종류의 무기류 복원품도 구경할 수 있다. 투구, 큰 칼, 창, 활과 화살 등은 문헌에 기록된 조선군의 무기가 실전에 사용되었음을 증명한다. 특히 조선왕조실록 등 문헌을 통해 존재만 알고 있어 발굴 당시 주목 받았던 비늘갑옷 1벌이 눈에 띈다. 사극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던 것과는 사뭇 다르게 생겼다.
무기체험 공간에서는 화차와 장군전 등 조선시대 무기를 체험하는 미니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제한시간 50초 안에 다섯 발을 쏠 수 있는데, 화차는 목표물이 좌우로 등장하고 바람의 영향이 커 은근히 난이도가 있다. 장군전은 화면 가운데의 성문을 맞히면 돼 상대적으로 쉽다.
관람 후 영상실에서 동래전투와 해자를 다룬 KBS ‘역사스페셜’ 영상을 보는 것도 추천한다. 8분가량으로 편집되어 시간에 대한 부담도 크지 않다.
역사관의 아쉬운 점을 꼽자면 규모가 작다는 것인데, 반대로 관광객이나 행인들 입장에서는 가볍게 방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되기도 한다. 지하철 역사 내에 있으니 접근성도 좋다. 기자가 방문한 날에도 학생들의 단체관람과 지하철 이용객들의 발길이 종종 이어졌다.
전시물에는 영어, 일어, 중국어 설명이 있어 외국인 관광객도 관람에 어려움이 없겠다. 인근에는 온천천 카페거리를 비롯한 관광지와 맛집도 많다.
만약 방탄소년단의 팬이라면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동래밀면 본점을 방문해 볼 것을 추천한다. 멤버 RM과 지민이 찾았던 곳으로, 팬들을 위한 포토존과 굿즈가 마련되어 있다.
오는 방법 및 주변정보
도시철도 4호선 수안역을 통해서만 방문할 수 있다. 무료 관람이며, 매주 월요일과 설·추석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문을 연다. 단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그 다음날 휴관한다.
*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글=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인터랙티브 디자인=국혜란 부산닷컴 기자 ggook@busan.com
http://story.busan.com/2019101415481835698/2019101415481835698.html
영상=김강현 PD gangdoo@busan.com
2019-10-13 [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