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황장엽黨비서 亡命...정부, 對中협상 곧 서울 인도
북한의 황장엽 노동당 국제담당비서가 12일 북경소재 주중한국총영사관으로 찾아와 한국으로의 망명을 신청해 왔다고 외무부가 이날 오후 발표했다.
유광석 외무부 아태국장은 "황비서가 이날 오전 10시5분께 북경주재 한국총영사관으로 찾아와 한국으로의 망명을 요청했다"면서 "주중대사관은 이같은 사실을 중국측에 통보하고 황비서의 망명을 위해 중국측과 외교채널을 통해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황비서는 당서열 24위로 국제부 부장과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장,사회과학자협회 위원장,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겸직하고 있으며 북한체제의 지도이념인 주체사상을 집대성한 북한 최고의 이론가인 거물이다.
황비서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일본에서 열린 국제문제연구협회 주최 세미나에 참석한 후 11일 귀국하기 위해 북경에 들렀으나 이날 북한으로 귀환하지 않고 한국으로의 망명을 신청했다.
황비서는 이날 수행비서인 김덕홍 조선여광무역총회사 사장을 대동하고 망명을 신청했다고 유국장은 밝혔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이기도 한 황비서는 북한정권 수립 이후 한국으로 망명을 신청한 북한 최고위층 인사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황비서는 특히 "김일성 주체사상"을 체계화시킨 체제이론가이자 김정일의 사부라는 점에서 그의 망명은 북한체제의 심각한 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정부 대변인인 오인환 공보처장관은 "황비서는 노동당 서열 24위의 북한 최고위층이자 주체사상 이론의 1인자"라고 말하고 "평양정권 이데올로기의 종언을 고하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말했다.
또 황비서의 망명으로 인해 현재 경색국면을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남북관계는 당분간 더욱 경색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오후 권오기부총리 겸 통일원장관 주재로 유종하외무,김동진국방장관,권영해안기부장,김광일청와대비서실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를 즉각 소집해 황비서의 신병처리문제,대중국 외교대책 및 이 사건이 향후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 등 제반문제들에 대해 논의했다.
한편 정부는 13일 황비서를 가급적 이른 시일내 서울로 데려오기로 하고 이를 위해 모든 외교채널을 전면 가동,중국정부 등 관련국과의 외교협상에 착수했다.
정부는 이날 황비서의 한국망명을 위한 중국과의 외교적 절충을 위해 김하중 외무장관 특보를 비롯,정부부처 실무진으로 구성된 정부대표단을 북경에 급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