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상권] (8) 남천동. 광안리 상권
한때는 젊음의 해방구 `가족거리`로 변신 가능성

아웃렛거리. 10대거리
(광남초등교 후문 ~ KFC~KBS앞맥도날드)
부산 최고의 패션거리였던 이 일대는 97년 가을부터 아웃렛(상설할인매장)거리로 급속도로 변했다.
현재 청암탕 앞 이영희콜렉션이 유일하게 패션거리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나머지는 오브제 미샤 오조크 노티카 쿠기 등 25개 의류브랜드 아웃렛이 활성화되고 있다.
젊은층 이탈의 영향으로 패션거리가 10~20대층 위주였던데 비해,지금의 아웃렛거리는 미시족과 골프웨어 중심의 20~30대 연령층으로 고객층이 바뀌었다.
패션거리의 쇠퇴는 구매의욕이 높은 주민층이 남천동에서 해운대신시가지로 상당수 이주한데다 황령터널 개통과 셔틀버스 운행 등으로 고객들이 현대백화점 일대로 유출되면서 비롯됐다.
오브제 신동강사장은 "아웃렛거리는 백화점과 중복이 안되는 틈새시장을 겨냥하고 있다"며 "생활이 비교적 안정된 남천동 아파트 단지를 끼고 있어 고객수준과 판매단가가 서면에 비해 훨씬 높다"고 밝혔다.
10~20대 유입 감소로 로바다야키(일본식 주점)와 단란주점 등 유흥상권은 거의 소멸되면서 수영구청 길건너편 초밥집 골목 인근에 집중적으로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남천동 아웃렛 거리의 권리금이 조금씩 오르면서 KFC->리빙프라자4거리->세화마트쪽으로 보세옷가게와 아웃렛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KBS 앞 맥도날드에서 KFC까지는 과거에 비해서는 유입인구가 급감했지만 "10대거리"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버스에서 내린 학생들이 맥도날드->세븐일레븐->KFC를 통해 길건너 아웃렛거리로 진입하면서 이 일대 보세옷가게와 전자오락실,분식점 등에 몰리고 있다.
광안리해수욕장 카페거리
광안리해수욕장 카페거리는 여름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성(castle)""inn""목마""수채화"등 한국의 젊은이라면 광안리 카페 이름을 2~3개쯤은 외웠던 때도 있었다.
백사장에서 밤새 이야기하던 젊은 날의 추억,10대들의 해방구였던 광안리해수욕장은 젊은층이 경성대 앞과 해운대 카페촌으로 옮겨가면서 특색 없는,대중적인 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젊은이 중심으로 일어섰지만 지하철 공사로 교통이 불편해졌고 옛 부산여대(현 신라대)의 사상구 이전 등으로 10~20대가 대거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여름철 북적거려야 할 해수욕장 옆 파크호텔은 여름 바캉스 기간에 서울 등 외지손님의 객실 예약이 거의 없어 바캉스 특수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전국적인 명성을 누렸던 광안리해수욕장 카페거리는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 상권으로 국한되고 있다.
카페 비치비키니 안성렬사장은 "해변도로 4차로 확장으로 차량이 고속 질주하면서 카페촌과 백사장이 분리된데다가 건물의 슬럼화,시설 재투자 미비,지하철 공사에 따른 심각한 교통체증이 젊은층 유입을 저해해 카페거리를 침체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민락동 놀이동산 영업 중단 이후 인근에 비치필드 등 고급카페촌이 생겨나고 민락동 회센터와 광안리해수욕장이 연계되면서 점차 20~50대가 공존할 수 있는 "가족거리"로 탈바꿈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엿보인다.
대형할인점(세화.아람.청구마트)
광안리해수욕장을 중심으로 수영구 일대에는 현재 세화마트(옛 신세화백화점)가 지난 6월 전관을 마트로 탈바꿈하면서 수영구 일대의 "슈퍼마켓"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세화마트측은 전관 마트화 이후 일일구매고객 수가 8천여명으로 전년도보다 40%가량 늘어났고 매출액도 1백16% 상승한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와 함께 청구마트는 민락동 수변공원 매립지역에 2000년 초에 매장면적 3천5백평 규모의 레저타운기능이 복합된 대형할인점 개점을 준비중이다.청구마트는 인근 횟집업주를 상대로 생식품 특판기능을 강화하고 수변공원 일대에 놀이시설을 유치해 테마파크 개념의 쇼핑과 레저를 함께 즐기도록 할 복안이다.
아람마트도 광안동 옛 인쇄창 맞은편 삼공물산 3천5백평 부지에 지하철과 연계된 지하2층~지상6층 약 1만4천평 규모의 대형할인점을 오는 2000년 가을께 개장한다.
그러나 황령터널 너머 전포동에 이어 수영만에도 프랑스계 대형할인점 까르푸가 입점,대대적인 물량공세를 펼칠 계획이어서 향후 수영구 할인점 상권의 세분화 및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전망
현재 남천동.광안리해수욕장 상권은 IMF 이후 거의 사라졌던 권리금이 조금씩 회복되고 로드숍 입점이 활성화되는 등 재생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특히 인근에 삼익비치등 8천세대의 대단위 아파트단지를 배후로 두고 있고,부산도시가스의 이전이 확정될 경우 대규모 상가가 들어설 가능성이 커 과거의 명성을 어느 정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지하철 2호선 공사 완료와 함께 해변도로의 성격이 통과형도로에서 관광도로.주차장 형태로 활용돼 백사장과 카페촌 연계성이 강화되면 활성화가 가능하리라고 판단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건물주와 업주의 대대적인 건물개보수 등 재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병철기자 peter@pusa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