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중편소설 '그러니 어찌 나를 용서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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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형식파괴 실험, 삶의 욕망 벗기 눈길

'신세대 감수성의 새로운 부피와 질'이란 평을 들으며 1996년 대학 4년 때 등단한 김연경(사진). 부산 출신의 이 젊은 소설가가 낸 중편 분량의 '그러니 내가 어찌 나를 용서할 수 있겠는가'(문학과지성사)는 역시 신선한 문체와 도발적인 형식 실험을 보여주고 있다.

소설은 '-지옥을 선택한 이유는? -내가 알고 있는 유일한 공간이니까.'란 대사로 시작된다.

또 자살 미수 경험의 남자가 체험을 토대로 쓴 액자 소설이 나오고,그 남자와 얘기를 나누는 심리 상담사(인칭도 나/너로 겹쳐있다)의 대꾸도 나오고,''위대한 통속'의 소설화에서 발생하는 문제'같은 소설에 관한 논설의 장도 들어있다. 자못 다성적이어서 전개는 파편적이다.

해체된 그것을 재구성하면 한심한 한 남자는 연애도 하고,결혼도 해서 아이도 낳는다. 아이가 죽어버린다. 그래서 한 여자를 주인공으로 소설을 쓴다. 자신은 절대 통속적으로 살지 않으리라던 그 여자는 평범하게 산다. 통속의 위대함을 발견한다. '왜 소설은 통속적인 것을 다룰 수 밖에 없는가'(73쪽)라는 물음은 구체성이란 옷을 입고 우리에게 다가오는 통속적인 삶의 모습을 역설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여자의 여섯 살을 넘긴 아이는 교통사고로 죽어버린다. 통속적인 것에 힘들게 양보했음에도 예견치 못한 파국을 들이미는 저 삶의 부조리…. 그러면서 소설은 자못 인문학적인 색조를 띠기 시작한다.

삶은 벗어날 수 없는 욕망,통속성,부조리의 굴레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가로지르기 위해 몸부림치는 게 또 사람의 몫이 아닌가,라는 여운을 끌어내고 있다. 그게 또한 소설의 몫이라는 것이다. 작가는 현재 모스크바에서 유학 중이다. 최학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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