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고추 밑이 아파요... '정계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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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이 꼬여 발생하는 병, 심하면 조직 괴사로 진행

정계염전에 걸린 소아의 고환. 심하게 부어 있다.

문:아이가 갑자기 고환 통증을 호소한다면?

답:지체없이 병원으로 달려가세요.

올해 일곱살인 경민이. 아침부터 자꾸 고환(불알)이 아프다더니 토하기도 했다. 고환을 만져보니 약간 커진 것 같고,위로 당겨져 올라간 느낌이 들었다. 부모는 집에 둔 진통제를 한 알 먹이고는 그냥 두었다. 저녁이 되자 약 기운이 떨어졌는지 경민이는 다시 통증을 호소했다. 부모는 그제야 병원 응급실로 달려갔다. 청천벽력 같은 선고가 나왔다. 병원을 늦게 찾은 탓에 고환을 떼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진단명은 '정계염전'. 부모들 특히 맞벌이 부부들이 신경을 써야 할 질병이다.

# 정계염전이란

정계염전은 고환 및 부고환이 꼬였을 때 일정 시간 안에 바로잡아 주지 않으면 피의 흐름이 차단돼 마침내 '고환괴사(고환이 썩는 것)'가 오는 질환을 말한다.

고환 꼬임은 어느 나이에도 올 수 있지만,특히 고환이 급속히 성장하는 사춘기에 가장 흔하게 나타나며 신생아에게서도 발견된다. 운동 외상 성적 흥분 등이 유발인자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증상

정계염전은 사춘기 때 잠자는 동안 흔히 발생한다. 이는 야간 수면 중 발기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음낭(고환을 싸고 있는 피부 주머니)과 하복부에 갑작스러운 통증이 발생하고 음낭벽에 부종(붓는 것)과 발적(피부의 한 부분이 염증 등에 의해 충혈돼 붉은 빛을 띠는 증상)이 생기며,메스꺼움과 구토가 뒤따라 오기도 한다. 걸을 때는 통증이 심해져서 걷기가 힘들어진다.

그러나 신생아에게서는 통증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아이가 어쩔 줄을 몰라하고 잘 먹지를 못한다. 간헐적으로 미미한 고환 통증이 오거나 고환이 붓는 경우는 있다.

# 진단

진단이 늦어지면 고환 위축 및 괴사가 올 수 있다. 그래서 무엇보다 정확하고 신속한 진단이 필요하다. 이상하다 싶으면 무조건 병원으로 달려가야 한다.

증상 발발 이후부터 수술로 교정하는 시간까지가 고환을 살릴 수 있는지 여부에 가장 중요한데,일반적으로 6시간 이내라면 교정수술을 통해 고환을 보존할 수 있다. 12시간 이내라면 보존 가능성이 있고,12~24시간 사이라면 보존 가능성이 의심스러우며,24시간 이후라면 가능성이 희박하다. 48시간 이후라면 대부분 괴사되기 때문에 제거하는 게 바람직하다.

초기에는 신체검사만으로도 진단이 가능하지만,이 검사만으로 충분치 않으면 정밀검사를 해야 한다.

진단검사 방법으로는 도플러 청진기,고해상도 초음파 등이 흔히 사용된다. 99mTc-pertechnate 동위원소주사는 가장 정확한 방법으로 90~100% 확진이 가능하지만 방사선을 쏘았을 때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야간에는 쉽게 이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에는 색도플러초음파가 도입돼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야간에도 쉽게 이용할 수 있고,검사시간이 짧으며,방사선을 쏘는 데 따른 위험도 없다는 게 장점이다. 그러나 모든 검사가 그렇듯이 숙련의라야만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다.

이런 방법들을 통해서도 확진이 나오지 않으면 수술로 음낭을 절개,확인한다.

# 원인 질환 감별

고환 통증을 호소하면 그 원인 질환을 감별해야 한다. 정계염전과 혼동하기 쉬운 질환들도 몇가지 있는데,그것들은 고환수염전 급성부고환염 급성고환염 서혜부감돈탈장 등이다.

예를 들어 부고환염은 사춘기 이전에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 메스꺼움이나 구토보다는 고열이 동반되며,고환을 들어올릴 경우 통증이 호전된다. 정계염전은 선 상태에서 고환을 들어올려도 통증이 완화되지 않는다.

한편 부산대학교병원 비뇨기과에서 지난 1992년부터 2001년 사이에 병원을 찾은 18세 이하 환아 9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급성음낭증 환자가 전체의 약 34.7%를 차지했다. 그만큼 이런 환자가 많다는 얘기다.

문제는 환아가 통증을 느끼기 시작한 시간부터 병원 방문까지 걸린 시간이 무려 48시간으로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이 치료 시기를 놓쳤다는 말이다. 이광우기자 leekw@busanilbo.com

도움말=부산대병원 비뇨기과 박현준 전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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