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타깃 될라"… 노란봉투법 시행 앞둔 2~4차 하청 '벌벌'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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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해석 지침’ 발표 불구
상공계 “여전히 모호한 점 많아”
조선기자재 등 부산 주력 산업
하청 노조 쟁의 대상 될까 우려

지역 상공계는 애매모호한 노란봉투법의 모호성 때문에 소송이 늘어나 경영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한다. 지난달 24일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과 노조법2조 당사자들이 ‘하청 노동자 교섭권 무력화 및 원청 책임 면죄부 시행령 폐기’를 촉구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역 상공계는 애매모호한 노란봉투법의 모호성 때문에 소송이 늘어나 경영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한다. 지난달 24일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과 노조법2조 당사자들이 ‘하청 노동자 교섭권 무력화 및 원청 책임 면죄부 시행령 폐기’를 촉구하는 모습. 연합뉴스

내년 3월 10일 ‘노란봉투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고용노동부가 지난 26일 ‘개정 노조법 해석 지침’을 발표하자 지역 상공계에서는 여전히 모호한 점이 많다며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특히 원·하청 밸류체인으로 촘촘히 엮인 자동차부품과 조선기자재업계에서는 ‘약한 고리’인 2~4차 협력사들이 하청 노조의 쟁의 대상 타깃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에 벌벌 떨고 있다.

■2~4차 하청업체 ‘타깃 쟁의’ 공포

부산 주력 산업인 자동차부품업, 조선기자재업은 수십, 수백 개의 업체가 사슬처럼 묶인 구조다. 문제는 워낙 촘촘하게 묶여 있다 보니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한두 군데 공정이 묶이면 전체 공정에 영향을 준다.

이 때문에 지역 업계들은 노무 관리 능력이 뛰어난 완성차나 대형 조선사 대신, 2~3차 주요 하청업체가 주요 타깃이 될까 우려하고 있다. 부산 자동차부품업체 A 대표는 “노란봉투법이 시행 후 원청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지역 중소업체를 공격할 경우 중소기업 입장에선 버텨낼 재간이 없다”고 말했다.

노란봉투법이 노무 비용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문제는 노무 비용이 증가할 경우 가뜩이나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더 불리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부산 조선기자재업체 B사 관계자는 “지역 제조업체들은 3~4%의 영업 마진율을 보이고 있는데 여기에 노무 비용이 더 들어가면 생존에 위협을 받는다”며 “이미 중국과의 기술 우위가 없는 상태에서 가격 경쟁력이 더 약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불확실성에 결국 소송 넘쳐날 것

고용노동부가 지난 26일 발표한 ‘개정 노조법 해석지침’은 오히려 현장의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는다. 정부는 원청의 사용자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구조적 통제’를 제시했다. 하청 노동자의 업무 방식이나 안전 관리 등에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면 사용자로 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 기준이 극도로 모호하다고 입을 모은다. 노동계도 시행령이 너무 복잡하고 모호해 현장에서 적용하기 어렵고, 오히려 노동조합의 교섭권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반발하는 이유다. 부산 자동차부품업계 C 대표는 “해석 지침를 보고 하청업체의 품질 관리를 위해 현장 확인 및 지시 등이 구조적 통제의 범위에 들어가는지 노무법인에 문의했지만 노무법인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상태라 답답함만 크다”고 말했다.

노동계도, 지역 상공계도 애매모호한 노란봉투법이 자리 잡고 판례가 쌓일 때까지 소송이 난무할 것으로 우려한다. 지역 기업들은 ‘노란봉투법 변수’를 안고 영업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부산의 한 기계업체 D 대표는 “업체마다 운영 방식이 워낙 다양해 결국 여러 소송 등을 겪으며 판례가 쌓여야 노란봉투법이 정착될 것 같다”며 “괜히 첫 소송에 이름에 올라가 기업 운영에 차질이 생기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21일 발표한 ‘2026년 노사관계 전망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72.9%가 내년 노사관계가 올해보다 더 불안해질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2020년 이후 최고치로, 불안의 주된 원인으로 83.6%가 노란봉투법 시행을 꼽았다.

업계에서는 공동관리 가이드라인 필요성이 언급되기도 하지만 여전히 애매한 부분이 많아 대책 세우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부산상공회의소 관계자는 “노사분규 등 현장의 혼란이 예상되는 만큼 좀 더 명확하게 지침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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