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속의 숨은 기술]⑧ 구멍뚫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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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금 연주하듯 앞뒤로 밀고 당겨

함안 도항리 출토 수정옥(사진1)이다. 주판알처럼 생긴 수정옥은 투명해서 속살이 훤히 보인다. 그런데 그 속살의 미학이 기묘하다. 구멍을 냈으면 한줄로 관통하는 일자형이 되어야 할텐데 구멍은 서로 엇갈리고 있다. 넓게 시작하던 위 아래 두개의 구멍이 안으로 들어갈수록 좁아지는 V자형을 띠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어떻게 이런 구멍을 뚫었을까. 실제 유물이 확인된 신석기 시대부터 구멍뚫기의 흔적은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구멍뚫기에서 가장 널리 이용된 도구는 활대로 축을 돌려 회전시키는 도구인 활비비. 활비비는 마치 해금 연주를 연상시킨다. 활 시위 부분을 몸체에 한바퀴 감은 뒤 활을 앞 뒤로 밀고 당기면 그 힘이 회전운동으로 바뀐다. 그 힘이 곧장 몸체 끝부분에 장착된 드릴 역할을 하는 추(錐)로 전달돼 마찰력에 의해 구멍이 나는 식이다. 청동기시대 유적지에서는 석영과 같이 단단할 재질의 추가 종종 발굴되고 있고, 진주 대평유적에서는 연마제로 판단되는 고운 모래들이 주거지에서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옥 유물 중 99%는 양쪽으로 구멍을 뚫었다'고 이상길 경남대 교수가 말할 정도로 양쪽 뚫기가 대세였다는 점이 독특하다. 도항리 수정옥 외에 다른 곡옥,관옥들의 단면도 대체로 원통형보다는 장구형이 압도적으로 많다. 한쪽 방향에서 구멍을 뚫기보다 양쪽으로 뚫었음을 보여주는 흔적들이다. 옥을 관통할 수 있는 강도높고 긴 추를 생산하는데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반반씩 뚫는게 훨씬 효율적이었을 터. 특히 작은 구멍을 내야할 때는 회전운동으로 입구부분이 넓어져 양쪽으로 뚫을 수밖에 없었을 테다.

구멍뚫기처럼 석기를 잘라낼 때도 위 아래로 반반씩 자르는게 대세였다. 울진 후포리 출토 마제석기(사진2)의 옆면에 움푹 들어간 긴 홈이 이를 증명한다. 얇은 돌로 한쪽으로만 문대지 않고 위 아래로 마찰시켜 엇갈리게 잘라낸 뒤 부러뜨린 흔적이다. 원석에서 원하는 형태의 석기를 절단하는 이런 기술은 톱으로 나무를 자르는 것과 비슷하다. 지금 생각해도 청동기인들의 구멍뚫기와 자르기 기술은 합리적이었다. 사진제공=복천박물관 이상헌기자 tt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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