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광장] 공유하는 한국문화
/ 아사리 유키 일본인·국제친선협회 회원

사람들이 물어본다. 왜 서울 말고 부산에 왔냐고. 그때마다 이렇게 대답한다. 부산에서는 따뜻한 정이 있는 것 같아서,그걸 직접 느끼고 싶어서 여기 왔다고.
나는 올 4월에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부산에 온 일본사람이다. 해외생활이 처음이며 그 날 잘 곳조차 정해지지 않았던 나를 부산국제친선협회 여러분들이 도와주셨다. 부산에 있는 친구들에게도 신세를 많이 졌다. 그리고 여기 오고 나서 알게 된 수많은 부산 분들도 나를 늘 도와주신다. 역시 내가 부산을 선택한 것은 잘한 일이었다.
나는 여기 오기 전에 도쿄에서 4년 동안 한국어를 공부해 왔다. 맨 처음에 한국어 학원에 다니고 나중에 한국인 친구가 생기자 그 친구들에게 한국어를 배웠다. 알다시피 동경에서는 일본어를 배우러 온 한국인 유학생들이 많다. 그래서 한국어를 배우는 혹은 한국에 관심이 있는 일본사람들과 한국인 유학생들이 만나는 모임도 흔히 있다. 나도 유학생들과 어울리는 일본인이지만 이상하게도 부산에서 온 유학생들이 가장 많았던 것 같았다. 전체인구를 보면 서울에서 온 학생들이 가장 많을텐데 부산사람이 많은 것은 왜 그럴까?라고 생각했다.
부산으로 유학 오면서부터 그 의문이 풀렸다. 부산에는 일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학생뿐만 아니라 직장인,주부들까지 포함되고 모두 다 일어를 공부하는 듯한 그런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일어 스터디'에서 스스로 일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일어로 연극을 연습하는 학생들,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일본어학원 간판들,우리가 하는 일본어를 길가에서 우연히 듣고 일본어로 말을 걸어온 여학생,처음 만날 때 내가 일본사람이라는 것을 알자마자 일본어로 이야기 나누는 사람들 등등. 그런 부산사람들이 일본어를 열심히 하는 모습들은 나에 있어서 놀라운 사실이며 일본어를 공부해주셔서 고맙다고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러나 한편 한국 사람들이 일본어를 배우는 것에 대해 복잡한 마음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일본이 한국 사람에게 강제적으로 일본어를 시켰던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연세 드신 할아버지,할머니께서 일본어를 잘 하시는 걸 보면 나는 어떤 말을 해야 되는지 아무 말도 못하게 된다.
역사문제 등 일본을 비난하는 보도가 나온 날도 거리 다니기가 힘들게 된다. 물론 그냥 보기에는 내가 일본 사람인지 한국 사람인지 알지 못하겠지만 나도 모르게 얼굴을 숙이고 거리를 걷는 것 같다.
현재 나는 부산국제친선협회를 통해 알게 된 한국인 경찰관 가정에서 '홈스테이'하고 있다. 여태까지 전혀 몰랐던 나를 집주인들이 가족과 같이 맞아들여서 항상 여러 가지 일을 챙겨주신다. 외국인인 내가 혹시나 안 좋은 일을 당하지 않을까봐 걱정과 충고도 해주신다. 일가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도 나를 불러주고 일요일이 되면 목욕탕에서 같이 때를 민다.
여기 와서 간절히 느꼈던 것은 한국 사람들은 모든 걸 공유한다는 것이다. 여기 오기 전도 한국 문화에 대해 어느 정도 익숙해졌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이 하나를 다 같이 나누어서 쓰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한국 사람들이 공유하는 것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다. 새로운 옷을 입고 다니면 잘 샀다고 그 기쁨을 함께 느끼기도 하고 억울한 일에 당하면 함께 분해 하고 화내기도 한다. 다 같이 느끼면 기쁨은 두 배가 되며 슬픔은 반으로 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이 '우리'란 말을 자주 쓰는가하는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여기 부산에서 살 수 있는 시간은 비자기간이 일년이기 때문에 앞으로 6개월 정도이다. 그 남은 동안 나는 하나라도 많은 것을 한국 부산 사람과 공유하고 싶다. 그렇다면 한국 그리고 부산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것 같고 정이 넉넉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것 같아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