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궁금하다] 열
'몸의 이상' 경고등 … 원인 파악 중요
항온동물인 인간의 몸은 기본적으로 체온을 항상 일정상태로 유지하는 신비한 힘을 갖고 있다. 그러나 병에 걸렸을 땐 사정이 다르다. 열이 올라 체온에 변화가 일어난다. 특히 소아에게 나타나는 열은 건강 위험신호로까지 간주된다. 소아 백혈병 증상은 단적인 예다. 38도 이상의 열이 일주일쯤 지속될 때는 소아 백혈병을 한번 의심해 봐야 한다.
인제대 부산백병원 감염내과 문치숙 교수를 찾아 열의 작동원리를 들어봤다. "발열은 체온조절중추인 뇌쪽 시상하부와 깊은 관계가 있다. 몸은 일단 병원균이 침입하면 면역활동이 시작된다. 백혈구들이 달려와서 병원균과 싸우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백혈구는 발열물질을 분비해 혈관으로 흘려 보낸다. 이후 몇가지 과정을 거쳐 시상하부에 병원균 침입 소식이 알려지고,시상하부는 체온 눈금을 조정하면서 몸에 열을 올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상하부는 신체의 정상온도를 몇도로 잡고 있을까.
문 교수는 "흔히들 정상체온이라면 36.5도라고 생각하지만 의학적으로 엄밀히 얘기하자면 18~40세를 기준으로 구강체온이 36.2도에서 37.2도까지가 적정 온도"라면서 "오전이냐,오후냐에 따라서도 조금씩 변화가 있다"고 설명한다. 가령 하루 중 오전 6시에는 37.2도이고 오후 4시엔 37.7도다. 그 이상을 넘어서면 열이라고 볼 수 있다.
발열은 신체 이상의 단서다. 하지만 단지 주관적으로 '열감'을 느끼는 것만으로는 열이 있다고 판단할 수 없다.반드시 체온을 측정해 봐야 한다는 게 전문의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체온을 잴 때 염두에 둬야 할 사항은 측정 부위가 어디냐에 따라 다른 결과치가 나온다는 점이다.
문 교수는 "전자체온계가 대중화되면서 가정에서 체온을 잴 땐 귓구멍을 이용하는 게 다반사지만 사실,직장이 가장 정확하고 다음으로 구강,겨드랑이와 귓구멍 순"이라고 소개한다. 이 중 직장쪽은 측정이 다소 힘든 점을 감안하면,구강 체온이 신체의 열 상태를 점검하는 최적의 측정법이란다. 실제로 겨드랑이와 귓구멍에서 잰 체온은 구강 체온보다 0.5도가량 낮고 상대적으로 부정확하기 십상이다.
또한 뜨겁거나 차가운 음식을 먹은 직후나,흡연 후,혹은 숨을 몰아 쉰 후에 구강으로 체온을 측정하면 안 된다. 외부영향을 받아 실제 체온을 왜곡시키기 때문이다.
체온을 재는 요령도 있다. 수은체온계로 구강체온을 재는 순서를 문 교수는 이렇게 알려준다. "먼저 체온계를 잡고 서너 번 흔들어 35도 이하로 만든다. 3~5분간 혀 밑에 넣었다가 이를 읽는다. 체온계를 천천히 돌리면 밑에서 올라온 흰 막대 끝을 볼 수 있는데,이 막대 끝과 일치하는 숫자가 바로 체온이다."
열이 났을 때 집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문 교수는 우선 과로를 금하고 휴식을 취하면서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음식은 특별히 조절하지 않아도 된단다. 열이 나면 식욕이 심하게 떨어지는 일이 많다. 이때도 입에 맞는 대로 죽이나 미음이라도 먹어두는 게 바람직하다. 열이 나면 피부를 통해 수분이 심하게 빠져나가고 에너지 소모량이 많아서다. 다음으로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하거나 몸을 닦아주는 것도 한 방법.
보통 감기 같은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발열은 대증적인 치료만으로도 치유된다. 나이드신 분들이 열은 참으면 자연히 낫는다고 경험담을 들려주곤 하는데,틀린 말은 아니다. 37~38도의 미열은 그 자체로 해롭지는 않다. 또한 해열 치료가 유용하다는 증거도 없다.
"해열제는 열을 동반하는 전신증상으로 견디기 힘들 때에만 먹는 게 올바른 사용법"이라는 게 문 교수의 충고다. 즉 열이 심하고 온몸이 으슬으슬할 때나 머리가 찌근거릴 때,몸살이 날 때 해열제를 쓰는 게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열이 난다면 무조건 기다리지 말고 병원을 방문해야 할 대상도 있다. 열성 경련이 잦은 아이나 임신한 여성,심폐기능에 이상이 있는 사람,뇌기능에 이상이 있는 환자라면 발열하자마자 병원으로 직행해야 한다.
문 교수는 "일반인이 열과 관련해 반드시 알아야 할 게 있다"며 "열은 여러가지 질병의 증상일 뿐이라는 사실이다"고 말한다.
즉,열은 증상 자체의 해결보다는 그 원인을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며,해열제로 열을 떨어뜨렸다고 해도 체온을 수시로 재는 게 필요하다는 뜻이다.
"열이 나는 원인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는 게 문 교수의 말이다.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에 의한 감염이나 화상,심근경색증 같은 조직손상,혈액질환,내분비질환,류머티즘 질환,악성종양 등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질환 외에도 식사,임신,나이 등의 생리적 변화들이 기초 체온을 변화시키기도 하며,특정약품이나 화학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경우도 마찬가지란다.
임태섭기자 tslim@busa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