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륜동 '까치길' 무허가 8세대 강제 철거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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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닥쳤는데 무조건 나가라니…' 

40여년간 주민들이 살아온 부산 동래구 명륜동 속칭 까치길 주변 무허가 건물들. 동래구청은 29일 이 건물들을 강제철거 할 방침이다. 이상일기자 silee@

"눈앞에 겨울이 닥쳤는데 무조건 나가라고 하니 막막해서 잠이 안 와요. 어떻게 해야할지…." 부산 동래구 명륜동 속칭 까치길 주변 무허가 건물에서 채소가게를 하고 있는 박명순(52·여)씨는 요즘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최근 동래구청으로부터 오는 29일 강제철거하겠다는 통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가게 문을 닫으면 당장 생계가 힘들어지게 되는 박씨는 흐르는 시간이 안타깝고 야속할 뿐이다.

박씨는 "아무리 나라땅이라지만 40여년간 토지 사용료를 내면서 떳떳하게 생활해 왔는데 갑자기 나가라니 이런 날벼락이 어디 있느냐"고 하소연했다.

부산 동래구청이 점유권을 가졌던 주민들을 아무런 지원책 없이 강제 이주시켜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22일 부산 동래구청 등에 따르면 구청은 명륜동 까치길 일대 무허 건물에 대해 29일 보상이나 이주비용 등의 지원 없이 강제철거를 실시할 예정이다. 구청은 특히 향후 철거 부지에 대한 구체적인 사용계획도 없는 상태에서 철거를 추진,주민들로부터 더욱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현재 까치길 주변 국공유지 무허가 건물에 살고 있거나 가게를 하고 있는 주민은 모두 8세대. 최초 철거통지가 있던 지난해 7월 이후 10여세대가 이사를 나가고 아직 갈 곳을 찾지 못한 이들만 남아 있다.

주민들은 구청에 꼬박꼬박 사용료를 내면서 토지에 대한 점유권을 인정받아왔으나 지난 2003년 구청이 구거부지(하천보다 작은 개울 부지)였던 땅을 도로용지 및 잡종지로 용도변경하면서 하루아침에 불법 점유자가 됐다.

특히 구청은 용도변경 부지에 대해 향후 도로를 확장하거나 시설물을 설치하는 등의 구체적인 사용계획조차 세워놓지 않은 상태에서 철거를 강행키로 해 주민들은 더욱 억울해하고 있다.

동래구청 관계자는 "인근에 아파트가 재건축되면서 도시미관상 정비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용도를 변경하고 철거 계획을 세웠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김영기 변호사는 "무허가시설물이라 할지라도 장기간 실제 거주해 왔다면 그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고 지난 8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서울 강남구청에 대해 권고한 바 있다"면서 "국가기관은 국민 주거권을 보장할 헌법적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정선언기자

withpen@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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