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야생동물 복원 이대로 좋은가]<3> 인간과의 충돌 해법은?
안전 교육 강화 · 음식물 차단 등 전방위 노력
미국 소인 바이슨이 옐로우스톤 내 개설된 도로를건너면서 탐방객들의 차량을 가로 막고 있다
지난 1975년부터 옐로우스톤에서 불곰 증식 프로젝트가 시작된 지 30여년 만에 개체 수는 2~3배로 늘어났다. 남부 쪽 아칸소 주도 지난 1958년부터 11년 동안 아메리카 흑곰 250마리를 도입, 최근 야생 개체 수를 2천500마리까지 증가시켰다. 그러나 곰 개체 수가 늘어 났다고 복원 사업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개체 수가 늘어난 곰들은 먹이 부족을 해결하고 자신의 활동영역을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지역으로 이동하게 된다.
곰이 증식 공간으로 이용된 공원 구역에서 멀리 떨어진 새로운 지역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곰이 목축 초지나 농경지에 들어가 농민과 갈등을 빚는 경우가 많다. 먹이를 찾으려는 곰과 재산을 지키려는 농민 간에 충돌이 일어나는 것이다.
옐로우스톤 일대 불곰 서식 행태를 수 년 간 조사하고 있는 몬태나 주립대와 야생동물보호협회 등 8개 단체로 구성된 불곰 연구팀은 최근 '2006년 보고서'를 통해 곰과 관련된 새로운 이슈를 제기했다.
이 보고서는 증식된 곰의 이동통로 조사는 물론 곰 활동으로 인한 인근 주민 피해 사례까지 모니터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곰 개체 수가 늘면서 공원 구역 밖에서 발생하는 인간과의 출동 건수가 전체의 80%에 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곰-인간 충돌' 건수는 2006년 한 해에 148건으로 보고됐는데 이는 지난 1992~2005년 간 한해 평균 135건에 비해 다소 증가한 수치다. 2006년 발생한 148건의 충돌 유형은 인명피해 2건, 재산손괴 30건, 음식물 도난 69건, 화단훼손 6건, 가축피해 41건 등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1992~2005년 간 평균 건수보다 늘어난 개별 사례는 재산 손괴와 음식물 도난, 화단훼손 등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개체 수 증가가 먹이 부족을 가져와 음식물 도난이 증가했을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이 위치한 미국 와이오밍 주는 '곰을 이해하는 사회'란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또 곰 보호단체들은 어린이들에게 곰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책을 발간, 각 학교와 교육 기관에 배포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곰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곰을 보호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이 책은 '똑똑한 아기 곰'이란 제목 아래 불곰과 흑곰, 반달곰 등 곰의 종류와 곰의 분포지역, 곰의 일생, 곰의 습성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또 등산 할 숲의 지형에 따라 곰을 발견할 가능성과 안전한 공간 이동 요령 등을 알려주고 있다.
와이오밍 주 내 6개 동물보호단체들도 시민들에게 곰의 습성을 알려주고 어쩌다 생길 수 있는 충돌을 피하기 위해 '인간의 안전-곰의 안전'이라는 교육과정을 개설하는 등 곰과 인간의 공존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교육을 이수한 사람에게는 오랫동안 기억하고 좋은 추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교육증서를 발급해 준다.
교육 내용에는 등산 중 음식물 보관과 관리요령, 곰과 만날 때 행동 요령, 공격 받았을 때 스프레이 사용법 등이 포함돼 있다. 이 교육에 따르면 곰이 야영객의 음식물 냄새를 맡고 찾아올 경우에 대비, 텐트에서 100야드 이상 떨어진 곳의 나무와 나무 사이에 음식물이 든 배낭을 매달아 놓아야 한다. 또 산 중에서 곰과 만났을 때는 가만히 엎드려 있는 등 최대한 움직임을 줄일 것을 권고하고 있다. 곰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행동이다.
이와 함께 곰의 공격에 대비해 붉은 색 최루 성분이 든 스프레이를 사용하도록 한다. 미국에서 이 스프레이는 대부분의 등산객들이 지참하는 필수품으로 곰을 퇴치하기 위해 만들어진 호신용 등산용품이다.
곰 복원에 성공한 일본도 인간과 충돌을 피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200~300 마리 불곰이 집단 서식 중인 일본 북해도 시레토코의 경우 관할 지자체인 사리초 정(우리나라 기초 지방자치단체) 주민들이 곰 피해를 줄이기 위해 마을 인접 지역에 전기 울타리와 함께 철조망을 설치해 놓았다.
시레토코 공원을 관리하는 시레토코 재단은 연간 160만여 명 탐방객들의 안전을 위해 탐방 코스를 따라 전기 울타리를 설치하는 것은 물론 자주 출몰하는 지역에 대해 출입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또 탐방 중에 곰을 봤을 때는 반드시 신고서를 통해 알리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과 일본은 야생 동물과 인간의 충돌 방지 대책을 구체화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까지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와 지자체들은 곰을 비롯한 야생동물복원 계획을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오직 숫자를 늘리는 데만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환경부는 오는 2012년까지 반달가슴곰 수를 현재 11마리에서 50마리로 대폭 늘릴 계획만 세워놓았을 뿐 곰의 먹이 확보와 안정적 서식지 조성, 인간과의 충돌예방 등의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배가 고픈 야생 동물이 산중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먹이를 구걸하기 위해 등산객을 졸졸 따라 다니는 것은 동물 입장에서 보면 생존을 위한 당연한 행동이다. 그러나 지리산국립공원의 경우 등산로 곳곳에 음식물 쓰레기를 담은 포대를 야적하는 등 관리가 허술하기 짝이 없다. 반면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은 일주 도로 변에 곰이 움직이지 못할 정도의 무거운 쇠로 쓰레기통을 만들고 매일 수 차례에 걸쳐 수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리산 반달곰 개체 수만 늘리는데 관심을 보일 게 아니라 앞으로 예상되는 곰과의 충돌에 대비, 인근 덕유산과 소백산맥, 태백산맥 등과 연계된 생태 이동통로 개설 대책을 하루 빨리 세워야 한다" 며 "지리산국립공원의 쓰레기 관리방식도 반드시 종합적으로 재 검토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특별취재반=김태권·김길수·김진성 기자
ktg660@busanilbo.com
# 글 싣는 순서
1 | 생태계와 조화를 이뤄야 한다 |
2 | 야생동물의 천국, 옐로우스톤 |
3 | 인간과의 충돌 해법은? |
4 | 일본 시레토코 공원 |
5 | 지리산 곰복원, 성공인가 실패인가 |
6 | 도요카,방사단계 돌입 |
7 | 교원대황새복원센터 |
8 | '청정조류=따오기' |
9 | 일본의 따오기복원사업 |
10 | 산양, 늑대 등 야생동물복원은? |
옐로우스톤 일대 | ||
충돌유형 | 연 도 | |
1992~2005년 | 2006년 | |
인명피해 | 4 | 2 |
재산손괴 | 18 | 30 |
음식물 도난 | 53 | 69 |
화단피해 | 5 | 6 |
벌꿀피해 | 3 | 0 |
가축피해 | 52 | 41 |
계 | 135 | 148 |
(자료:몬테나 주립대 불곰 연구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