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본 '과잉 교육열' 원인과 대책
사교육 업계 교묘한 마케팅 학부모 유혹
강기수 교수[원 인]
너나 할 것 없이 자녀교육에 매달리는 과잉 교육열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요즘, 과연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은 어디에 있는지 교육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동아대 교육학과 강기수 교수
교육열이 과잉으로 치닫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많은 부모들이 교육을 지위와 계층의 수직이동 수단으로 보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부모 자신이 처한 현재 상황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고, 자식을 통해 더 나은 위치로 이동하고자 하는 욕구가 겹치면서 '부정적인 맹모'를 낳게 되는 것이다. 또 무의식 중에 자신의 사회적 지위가 자녀의 공부나 성적을 통해 표출된다고 생각해 지나치게 아이에게 집착하고 신경 쓰는 상황을 낳는 것도 한 원인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소 장근영 박사
경쟁이 심화되는 구조가 첫번째 원인이다. 현대사회는 몇 개 되지 않는 안정된 길을 놓고 많은 사람들이 싸워야 하는 시스템이다. 모두가 같은 목표를 위해 뛰는 경쟁이 과열되자 부모들은 자녀에게 어릴 때부터 교육이라는 가장 강력한 수단을 동원한다. 자신의 아이를 경쟁에서 이기게 하기 위해서다. 두번째 이유는 사교육시장에서 찾을 수 있다. 사교육업체들은 '사교육이 아니면 자녀교육에 실패할 것'이라는 교묘한 마케팅을 통해 많은 학부모들을 사교육 소비자로 전락시킨다. 결국 불안을 느낀 더 많은 부모들이 사교육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부산교대 유아교육학과 김명철 교수
대한민국 교육열은 세계 1위다. 우리 사회에서 교육은 사회적 지위의 상승 이동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부모들이 많이 배우지 못한 경우라면 보상심리가 더 커질 수 있다. 또 학력이 높은 요즘 엄마들은 '공부가 출세와 직결된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에 자녀교육에 더 신경을 쓴다. 이들은 남들처럼 하지 않으면 사람 구실을 못 하는 최근 한국 사회의 현실을 보고 느낀 세대이기 때문에 앞으로 교육 과잉 상황은 더 심각해질 것이다. 김경희 기자
[대 책]
교육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과잉 교육열을 빚는 사회현상을 단번에 해결하기는 힘들며 가정과 사회, 국가가 각각 짐을 나눠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동아대 교육학과 강기수 교수
사회 전체가 안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사실상 한꺼번에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선 부모들은 자녀가 자립심과 독립심을 기를 수 있도록 여유를 갖고 기다릴 줄 아는 교육관을 가져야 한다. 또 조기교육보다는 적기교육이 효과적이라는 점을 알고, 일찍 많이 가르치기보다는 정해진 발달기간에 맞게 적절한 교육을 도와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녀에 대한 욕심과 과도한 기대심리를 버리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소 장근영 박사
'꼭 명문대를 졸업하지 않더라도 좋은 직장에 취업할 수 있고 고생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대되도록 국가와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국가는 교육과 취업을 연계한 안정적인 정책을 내놓고, 기업은 인재 선발 기준의 폭을 넓히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과도하게 팽창된 사교육시장에 대한 엄격한 검증도 요구된다. 과연 올바르고 효과있는 교육 프로그램인지 살펴 학부모가 사교육시장을 주도하는 적극적 소비자로 변해야 한다. 매년 많은 자본이 사교육시장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우리 사회가 일할 시간은 적고 교육에 투자되는 비용은 과다한 국가적 낭비 상황임을 학부모들에게 알려야 한다.
△부산교대 유아교육학과 김명철 교수
개인과 가정, 국가가 모두 연관돼 있어 해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교육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보고 낭만과 여유를 가지라는 조언을 할 수도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교육의 본질이 삶의 질 향상, 자아 발달, 지적·인격적 성숙에 있음을 망각하지 않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실용주의, 신자유주의 사고는 더이상 교육에 적용돼서는 안 된다. 결론적으로 '사람 교육'이 우선이라는 가치관 정립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모든 대책은 공염불이 되고 말 것이다. 김경희 기자 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