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간강사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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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보다 배 일하고 시급은 알바 수준' 지역대학 내 권리 찾기 움직임

평균 연봉 999만원. 박봉의 부산지역 대학 시간강사들이 권리 찾기에 나서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달 국감에서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국 시간강사의 평균 연봉 추정액은 999만원. 전임강사의 연봉 추정액 4천123만원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시간당 강사료는 국공립대는 평균 4만3천원, 사립대는 3만4천원으로 나타났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부산대분회에 따르면 현재 부산대에만 이 같은 시간강사가 약 1천100명 근무하고 있으며 이들은 전체 교양과목의 80%, 전공과목의 20% 이상의 강의를 담당하고 있다. 올해 4월 기준 전국 시간강사의 수는 7만2천419명. 이들이 담당하는 강의시간은 31만3천196시간으로 전체 수업시수의 33.8%를 차지한다.

그러나 이들이 받는 강사료는 과외비 수준에 그친다. 부산의 동아대는 시간당 3만2천원, 동의대는 2만9천원을 받고 있으며 경남 마산의 경남대는 3만1천원, 울산의 울산대는 3만5천원(이상 주간(晝間) 기준)의 강사료를 받고 있다. 부산·경남의 국립대인 부산대와 부경대, 경상대 등은 4만2천500원(전업 기준)을 지급하고 있다.

부산지역의 한 대학 시간강사는 "시간강사들은 2~3개 학교를 오가는 '보따리 장사' 속에 슈퍼맨이나 원더우먼처럼 뼈 빠지게 일해야 겨우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라며 "수업은 전임강사의 배를 맡고 있으면서도 시급은 알바 수준에 지나지 않아 과외 등 투잡을 하는 시간강사들도 많다"고 말했다.

고용도 불안정하고 4대 보험을 적용받기도 힘든 것이 현실. 교과부 자료에 따르면 시간강사의 계약기간은 6개월 이내가 88.3%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2006년 기준 국립대 42개교 중 시간강사에 대해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을 보장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사립대의 경우 전체 113개교 가운데 4대 보험 중 한 개도 가입하지 않은 대학이 59개교에 달했다.

이처럼 열악한 시간강사의 처우 개선을 위해 노조 활동 움직임도 일고 있다. 지난해 부산지역 최초로 비정규교수노조를 결성한 부산대 시간강사들은 올해 처음으로 대학본부와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10일 본부 측에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을 예고하고 있는 상태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부산대분회가 4차 교섭인 이날 협상에서 요구한 시간당 임금은 5만5천원. 당초 전임강사 연봉의 50% 수준으로 계산한 시간당 임금 8만5천원의 요구안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본부 측은 그러나 2천500원이 인상된 시간당 4만5천원의 임금안을 가지고 노조 측에 맞섰다.

대학본부 관계자는 "시간강사의 열악한 처우 개선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학교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많은 예산을 이들에게 배정하기는 힘든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노조 측이 연구공간이 없어 빈 강의실과 도서관을 전전하며 수업 준비를 하는 시간강사들의 현실을 고려해 공동연구실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한 데 대해서도 본부 측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섭 결렬을 선언한 노조는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한 뒤 파업도 불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움직임은 향후 부산지역 다른 대학들에도 영향을 끼쳐 시간강사들의 처우 개선 요구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유윤영 부산대분회장은 "시간강사라 불리는 비정규교수에 대한 열악한 대우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위배될 뿐 아니라 연구활동 위축으로 이어져 학생들에 대한 질 높은 강의 제공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며 "제대로 연구해서 잘 가르치고 싶다는 비정규교수들의 목소리에 대학이 더 귀 기울여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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