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야 놀자] 영란은행(The Bank of Eng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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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스템 안정성 확보 강화

우 승 준 한국은행 부산본부 조사역

1694년 영국의회법에 의해 설립된 영란은행은 중앙은행의 효시라고 할 수 있다.

스웨덴 중앙은행이 영란은행보다 먼저 1668년에 설립되었으나 실질적인 중앙은행의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한 것은 훨씬 뒤의 일이기 때문이다. 300년이 넘는 긴 역사를 통해 영란은행은 중앙은행의 자생적인 진화 과정에 대한 전형을 제시하고 있다.

오늘은 주요국 중앙은행 시리즈 세 번째로 근대 중앙은행제도를 가장 먼저 확립시킨 영란은행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영란은행의 역사 및 기능

중앙은행은 각국별로 다소 차이가 있으나 역사적으로 다음 세 가지 역할을 수행하면서 발전해왔다. 먼저 정부의 자금을 관리하고 정부가 일시적으로 자금이 부족할 때 돈을 빌려주기도 하는 '정부의 은행'으로서의 역할이다.

다음으로 중앙은행은 독점적인 화폐 발행 권한을 통해 한 나라의 통화량을 조절함으로써 통화가치를 안정시키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 나라의 금융시스템이 원활히 작동할 수 있도록 금융기관의 최종대부자로서 금융기관을 상대로 예금을 받고 대출을 해 주는 '은행의 은행'으로서의 기능을 담당한다.

영란은행은 이러한 중앙은행 발전 과정의 전형을 보여준다. 1694년 당시 영국의 왕이었던 윌리엄 3세는 프랑스와의 전쟁 등으로 심각한 위기상황에 직면했던 정부 재정을 충당하기 위하여 정부가 120만 파운드의 자금을 차입하는 대신 이에 상당하는 화폐발행권을 주는 조건으로 영란은행을 설립하였다.

이렇게 설립된 영란은행은 '정부의 은행'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게 되었지만 설립 당시에는 민간은행이었다.

이후 영국은 1793년부터 22년간 나폴레옹과 전쟁을 치루면서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겪게 되고 이로 인해 독점적인 발권력을 가지고 화폐가치를 안정시킬 중앙은행이 필요하게 되었다.

결국 1844년 은행법 개정을 통해 영란은행을 제외한 여타 은행의 화폐 발행을 금지시키고 영란은행의 은행권에만 법화의 지위를 부여하였다. 이후 19세기 중반 세 차례에 걸쳐 발생한 금융공황을 계기로 영란은행은 시중은행에 최종적으로 자금을 대부하는 '은행의 은행'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영국의 금융시스템을 안정시키는 책무도 지니게 된다.

영란은행이 현재 수행하는 두 가지 핵심목표인 '통화가치 안정(monetary stability)'과 '금융시스템 안정(financial stability)'은 이러한 역사적 배경 하에서 생성되었다.

통화가치 안정과 금융시스템 안정

영란은행은 통화가치의 안정을 위하여 통화정책위원회의 결정으로 정책금리 수준을 조정한다.

통화정책위원회는 총재와 부총재 2인, 총재가 임명하는 상임이사 2인, 재무부장관이 임명하는 외부전문가 4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란은행의 통화정책이 원활히 작동하기 위해서는 금융시스템 안정이 긴요한데 1997년 통합감독기관인 FSA(Financial Service Authority)가 설립됨에 따라 개별은행에 대한 감독 업무는 FSA로 이관되고 영란은행은 금융시스템 전반에 대한 안정성을 확보하는 책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시스템 안정 기능 강화

한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재무부, 영란은행, FSA로 나누어진 현행 금융감독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 드러남에 따라 영란은행의 금융안정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감독제도 개편 방안이 논의되어 왔다.

이에 따라 2009년 2월 영란은행법을 개정하여 '금융시스템 안정'을 영란은행의 설립 목적으로 명시하고 금융안정위원회를 영란은행 내에 설치하는 등 영란은행의 금융안정 기능을 크게 강화하였다.

그러나 법 개정 이후에도 문제가 충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됨에 따라 추가적인 논의가 진행 중이다.

보수당은 영란은행으로 하여금 포괄적인 금융감독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 제도 변경을 모색하고 있고 재무부는 통합감독기구인 FSA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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