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선수협회 '노조 설립' 가결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손민한(왼쪽) 회장이 2일 서울 서초구 교육문화회관에서 정기총회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회)가 투표로 노동조합 설립안을 가결했다. 그러나 8개 구단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묵과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양측간의 극한 대치 국면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선수협회는 2일 서울 교육문화회관에서 8개 구단 선수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10차 정기 총회를 열어 노조 설립을 묻는 찬반 투표를 실시, 참석인원 273명 중 205명이 투표해 찬성 188표, 반대 17표 등 91%의 압도적인 지지로 노조 설립안을 통과시켰다. 8개 구단 중 삼성과 LG 선수단 68명은 총회에 참석했지만 투표에는 불참했다. 선수협회는 정관에 재적회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총회를 개회하고 출석회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안건을 의결한다고 정했다. 선수협회가 밝힌 재적회원은 신고선수 포함 530명 정도다.
91% 압도적 지지로 통과… KBO ·8개 구단 "묵과할 수 없다" 반대 목소리
손민한(롯데) 선수협회 회장은 "오늘 결과로 프로야구에 발전이 있을 것이다. 협회는 노조 전환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선수들 개개인이 어떠한 불이익도 당하지 않게끔 노력할 것이다. 국내 프로스포츠 중 최고 인기가 있는 프로야구 선수로서 처음으로 노조를 설립하겠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또 "선수협회 회장으로서 지난 2년간 구단과 KBO를 상대로 대화의 창구를 두들겼다. 선수들이 원하는 안건도 KBO에 전달했지만 아무런 대답을 받지 못했다. 선수들의 권익 보장을 위해 노력을 했지만 돌아온 건 아무것도 없었기에 부득이하게 노조 설립 말고는 답이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27일 노동조합 결성 추진을 선언한 선수협회는 이후 시즌 중 총회를 열어 노조 찬반투표를 할 예정이었지만 여러 구단 선수들의 반대로 시즌 후로 일정을 미뤘고 이날 결국 뜻을 관철했다.
선수협회가 노조 설립 절차에 들어감에 따라 이를 반대해 온 8개 구단과 한국야구위원회(KBO)와의 마찰은 피할 수 없게 됐다. 2000년 선수협회 출범 당시 각 구단과 선수들이 정면 충돌했던 양상이 재현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KBO는 즉각적으로 "선수를 이용해 다른 목적을 이루려는 일부 불순한 세력이 추진하는 선수 노조는 절대 인정할 수 없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각 구단의 입장도 비슷하다. 롯데의 이상구 단장은 "노조에 찬성하는 선수들만 모여서 내린 결정인데 무슨 의미가 있냐"면서 "손민한에게 일단 이야기를 듣고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강희경 기자 him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