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터미널 '물류시스템' 항만역사 새로 쓴다
입력 : 2009-12-28 15:06:00 수정 : 2009-12-29 16:07:07
한진해운신항만(HJNC)_터미널
부산항 신항의 한진해운 터미널에 설치된 물류시스템은 우리 항만사에 한 획을 그은 제품으로 평가된다.미국의 'NAVIS' 프로그램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던 국내시장에서 국산 물류시스템의 우수성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싸이버로지텍(대표 최장림)의 'OPUS' 터미널 시스템.싸이버로지텍은 한진해운홀딩스의 자회사로 2000년 설립된 항만·물류 IT 전문회사. 미국 뉴욕과 중국 상하이에 지사를,부산과 독일 함부르크 등지에 지점을 두고 있으며 직원수는 430여명이다.
㈜싸이버로지텍 'OPUS', 미 제품 제치고 우수성 입증
물량처리시간 40% 단축, 60억대 비용 절감 예상
세계 최초 수평식 야드, 자동화 터미널 가능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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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신항만(HJNC)_터미널 |
"사람이 안보이네"세계 각국에서 온 컨테이너들이 가득 쌓여있는 부산항 신항의 한진해운 터미널 야드.컨테이너를 싣고 게이트를 통과한 트럭이 컨테이너들 틈을 돌아 파란 신호등 앞에 멈춰선다. 신호등 아래 LED 전광판에 표시된 숫자가 '30…25…10…3, 2, 1'로 줄어들고 '0'이 되기 전에 트럭이 멈춘다.
순간 야드 크레인이 기다렸다는 듯이 작동하기 시작해 트럭 위 컨테이너를 들어올리더니 층층이 쌓여있는 컨테이너 위 특정지점에 내려 놓는다.
요즘 같은 추운 날씨에 바닷바람을 맞아가며 트럭 뒤켠에서 들려오는 "조금만 더 뒤로"라는 소리나, 부두라면 눈에 띄게 마련인 야드 크레인 담당자들은 안보인다.
대신 몇 명의 원격조정 담당자가 사무실 안에서 모니터를 통해 컨테이너 규격에 맞게 집게를 조절한다. 작업 대상도 전체 컨테이너가 아니다. 규정에 맞는 컨테이너는 별도로 조작할 필요가 없고, 불규칙한 크기의 컨테이너에 대해서만 직원들이 집게를 조절한다.
1대의 야드 크레인당 보통 6명의 담당자가 현장을 지켜야 했던 것에 비하면 당연히 업무 효율이 크게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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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신항만(HJNC)_통제실. |
OPUS야드에 사람이 안보이게 한 주인공이 싸이버로지텍의 OPUS 터미널 시스템이다.OPUS 터미널 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은 전 야드 업무의 완전자동화.OPUS 터미널 시스템 덕에 부두가 완전자동 방식으로 가동되다보니 기존 항만에 비해 업무 효율성이 크게 높아졌다.부산항 신항의 한진해운 터미널(3개 선석)에서의 처리가능물량만 연간 250만TEU(1TEU=가로 20피트의 컨테이너 1개)에 달한다.부산항 전체 처리물량의 20%에 육박하는 것이다.
OPUS는 또한 세계 최초로 수평식 야드 자동화 터미널을 가능케 한 시스템이기도 하다. 전세계에서 이같은 방식이 도입된 적이 없다는 말이다.
싸이버로지텍 관계자는 "처음 시도하는 것이다보니 시스템 개발에 있어 가장 어려웠던 점도 벤치마킹 대상이 없었던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전세계 항만물류 시스템을 자체분석해 야드가 좁은 우리 항만의 사정에 맞는, 우리만의 특화모델을 창안해냈다"고 덧붙였다.
싸이버로지텍은 시스템 개발을 위해 2007년부터 약 2년간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지금도 보완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항만건설 때부터 OPUS 터미널 시스템을 가동했을 경우 아무 문제가 없으나 이미 다른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던 부산신항만㈜(PNC)의 부두에 지난 9월 OPUS를 설치 운영했을 때 일부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
싸이버로지텍은 이와 관련, "운영체제가 서로 달라서 생기는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추정된다"며 "PNC에서의 일부 에러를 자극제로 삼아 전 세계 기존 항만에서 아무 문제없이 통용될 수 있는 완벽한 시스템을 만들어 내겠다"고 밝혔다.
OPUS의 '쌍두마차'OPUS 터미널 시스템을 좀 더 세부적으로 보면 근간을 이루는 핵심 제어시스템은 TLC(Terminal Logistics) 시스템과 RFID(무선주파수인식)다.
TLC는 무인 야드 크레인을 포함해 터미널 내 모든 장비들의 작업을 스케줄링하는 통합운영시스템.야드를 오가며 컨테이너를 옮기는 야드 트럭의 동선을 짧게 하고, 공차를 최소화하는 야드 트럭 운영과 안벽 크레인 운영도 모두 TLC가 도맡아 한다.
RFID 도입은 고정관념을 깬 사례로 평가된다.RFID는 자주 말썽을 일으켜 자동화 시스템에서 도입을 꺼려하는 것인데 싸이버로지텍은 직접 개발한 특별한 구조로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 자신 있게 RFID를 도입했다. 평상시에는 RFID 인식률이 100%, 비바람이 몰아치는 악천후에도 99%에 달한다.
싸이버로지텍은 우선 RFID 태그가 부착된 트럭이 오가는 게이트에서의 RFID 인식률을 높이기 위해 RFID 정보를 가장 증폭시킬 수 있는 이중 게이트 형태를 창안해냈다. 그 위에 RFID 안테나를 지그재그로 부착했다. 게이트 하부에는 리더기와 광 트랜시버, 전원 등을 설치했다.
이를 통해 차량속도를 줄이지 않고서도 99% 이상의 입구 인식률을 보이고 있다. 1%의 오인식률을 극복하기 위해 21개의 블록 입구와 야드를 순찰하는 슈퍼바이저 차량에 리더기를 부착했다. 게이트에서 인식하지 못한 RFID 태그가 다시 발견되면 다시 한번 정보가 전송되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업무 효율성은 한층 높아졌다. 트럭이 들어오는 입구의 RFID 리더기에서 차량을 인식하는 순간 야드 크레인도 동시에 움직인다.이런 방식으로 트럭 운전사가 컨테이너 사이를 돌아 정차한 뒤 컨테이너를 완전히 하차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 9분. 기존 항만 대비 약 40% 시간이 단축됐다.
TLC 시스템과 RFID 도입 등에 힘입어 한진해운 터미널은 다른 부두 대비 시간당 처리물량을 25~30% 가량 높였다.또 연간 70명 가량의 야드 크레인 기사가 없어도 되고, 총 60억원 이상의 비용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싸이버로지텍은 부산항 신항의 한진해운 터미널에 OPUS 터미널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설치·운영됨에 따라 스페인 알제시라스 터미널에도 이를 설치키로 했다.또한 유럽, 미국, 중국, 베트남 등지 터미널로의 진출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싸이버로지텍 관계자는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것은 이미 입증됐다"며 "마케팅을 강화해 국내 무역항은 물론 전세계 주요 항만에 'OPUS' 마크가 내걸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주환 기자 jhw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