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천에서부터 승패 갈리는 '금력 선거' 풍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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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오근섭 전 양산시장의 자살 사건은 '돈 선거'의 실상을 고스란히 보여주며 선거풍토에 경종을 울렸다. 오 전 시장의 빚 62억 원은 2004년 보궐선거를 포함한 그동안의 '선거 빚' 이었고, 이를 갚으려고 시장이 된 뒤 부동산개발업자들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것이다. 민선 4기 전국 230개 시장·군수·구청장 등 기초단체장 가운데 비리 등의 혐의로 기소된 단체장은 41%인 94명에 이르고 있다. 대부분 '돈 선거'의 후유증이다. 정치자금 수요에 비해 합법적 조달 규모가 작은 상황에서 대단한 각오가 없으면 비리 사슬을 피해가기 어렵게 돼 있다.

그동안 각종 제도 개혁을 통해 선거와 돈과의 거리를 멀게 해 놓았지만 여전히 돈이 없으면 출마도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부산지역에서 한나라당 기초단체장 공천을 받으려면 기본적으로 최소 5억 원에서 10억 원의 돈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돈다. 기초단체장의 법정 선거비용이 1억2천만~2억 원인 것을 감안하면 이는 단순한 숫자 놀음에 불과할 뿐이며,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불법 돈 선거가 여전함을 보여준다. 공천 대가로 거액의 공천 헌금을 요구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공천이 당선으로 연결되는 왜곡된 지역주의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공천과 선거 과정에서 '전(錢)의 전쟁'이 되는 것을 차단해야 하겠지만 현실적 대책은 그리 많지 않다. 기본적으로 중앙정치가 지방정치에 개입하는 정당공천제도가 돈 선거의 중심에 있으나 중앙정치권은 이를 내놓지 않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돈 선거를 막을 수 있는 우선책은 공천 과정의 투명성 확보다. 여야가 도입 중인 '국민배심원제'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한다면 공천 과정의 돈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물론 불법적인 선거비용에 대한 선관위와 사정당국의 철저한 감시와 감독도 중요하다. 아울러 유권자가 책임질 부분도 있다. 특정 정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는 잘못된 정치풍토를 깰 수 있는 것은 유권자이며, 그럴 경우 '금력'은 뒤로 밀려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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