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 닮은 동고비…관찰일기 책 나와
동고비와 함께한 80일 / 김성호
사진제공=지성사이 사진을 보고 '어느 샐러리맨의 죽음'이 떠올랐다. 새끼들에게 먹이를 나르느라 지쳐 입을 자주 벌리는 모습의 동고비다. 당신과 우리의 애달픈 모습이요, 생명이 감당하고 있는 참모습이다. 벌어진 입, 숨이 차서 저절로 벌어지는 입. 아래 위 주둥이의 틈 사이에서 생의 무게가 공중으로 허허롭게 증발한다. 그것이 공중으로 날아가면 새는 먹이를 찾으러 다시 공중으로 날아간다. 이 모든 것이 자연의 신비이고 생명의 내달음이다. 그러나 '자연의 신비'란 말은 디테일이 없으면 얼마나 구태의연한가.
'동고비와 함께한 80일'에 자연의 신비가 구체적이다. 귀한 자연 다큐멘터리 '책'이다. 김성호 서남대 교수가 지리산 자락에서 동고비 한 쌍이 8마리의 새끼를 키워내는 80일간의 번식 전 과정을 기록한 관찰일기다. 참새처럼 작은, 암수 구분도 잘 안되는 이 새에 눈을 박고 렌즈를 들이댔는데 그중 300컷이 실려 있다. 국내에서 이런 '무식하고 막무가내로 거의 미친'(?) 수준의 관찰은 없으며 세계적으로도 아주 귀하다고 한다.
관찰에 의하면 동고비는 하루 평균 240번 먹이를 새끼에게 물어 나르고, 매일 24㎞를 비행하는데 그 숫자를 뭉뚱그리면 부모의 엄청난 수고 노동 사랑인 것이다. 그러니 당신과 우리의 애달픈 모습이요 생명이 감내하는 참모습인 것이다.
동고비는 딱따구리 빈 둥지를 거처로 삼는데 자기 몸 크기에 맞춰 출입구를 좁히기 위해 진흙을 옮기고, 둥지 바닥에 깔기 위한 나뭇조각을 물어 나르고, 둥지를 기웃거리는 곤줄박이 진박새 따위와 싸우는 과정을 거치는데 그 과정 속에서 하나의 알은 어엿한 날갯짓을 하는 동고비로 신비하게 탄생하는 것이다.
'동그란 침묵의 알'에서 새로운 날갯짓의 동고비의 탄생, 그것이 우화등선(羽化登仙)이 아니고 무엇이랴. 지쳐 벌어진 동고비의 부리에서 한숨 대신 '우화등선'이라는 딴 말이 나직이 새어나오는 것 같다. 그게 생의 걸음걸이다. 김성호 지음/지성사/288쪽/2만8천원. 최학림 기자 the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