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짧은 아이 '한입' 먹을 만큼씩 다양한 메뉴로 유혹
아이들 편식, 유형별로 고치세요
입이 짧거나 편식을 하는 자녀를 둔 부모는 식사 때마다 아이와 전쟁을 치른다. 그러나 편식의 원인과 유형을 알고 꾸준히 지도하면 잘못된 식습관도 고칠 수 있다.윤민호 프리랜서 yunmino@naver.com주부 H 씨는 4살 난 아들의 편식 때문에 고민이 많다. 아들은 밥은 잘 먹지 않고 우유나 두유, 요구르트 같은 음료로 배를 채우려는 경우가 많다. 씹는 것을 싫어해 음식을 대충 삼키기 일쑤인 데다가 먹어보지 않은 음식은 입에 대려고도 하지 않는다.
H 씨처럼 자녀의 잘못된 식습관 때문에 고민하는 부모들이 많다. 밥은 안 먹고 과자만 찾는 아이들도 있고, 식탁에 앉아 밥을 먹지 않고 돌아다니는 아이들도 있다. 최근 '편식하는 우리 아이를 위한 엄마 지침서'라는 책을 낸 한국아동요리지도자협회 전도근 회장의 도움말로 유형별 식습관 개선법을 알아봤다.
지정된 곳서 먹는 습관 들이고
과자만 찾으면 한두끼 굶기기도
무른 음식으로 씹는 훈련 시작
한 번 먹을 때 한 입만 먹고 더 이상 먹지 않는 아이들이 있다. 이런 아이들은 작은 접시에 한 입 정도의 분량으로 여러 가지 메뉴를 주고 아이가 먹고 싶은 대로 골라먹을 수 있게 한다. 주어진 양을 다 먹었을 때는 칭찬을 해주는 것이 좋다.
밥상을 차릴 때 아이에게 먹이고 싶은 메뉴부터 올리는 것도 방법이다. 특히 좋아하는 음식은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겨두고 마지막에 내놓아 편식 습관을 막는다.
대부분의 엄마들은 아이들이 많이 먹기를 기대해 처음부터 적당량보다 많은 음식을 주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것이 오히려 식욕 부진을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에 적은 양을 주고 더 먹고 싶어할 때 추가로 주는 편이 낫다. 너무 움직임이 적으면 배가 고프지 않아 입맛이 없을 수도 있기 때문에 적당히 뛰어놀게 하는 것도 편식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아이만의 식탁 의자를 마련해 주고 밥을 먹는 장소를 정해주는 것이 좋다. 밥을 먹는 동안에는 아이가 관심을 가질 만한 다른 일은 만들지 말자. 특히 텔레비전이나 비디오를 보는 등 다른 활동을 식사와 같이 하지 않도록 한다. 밥을 먹는 공간과 시간이 명확하게 구별되지 않기 때문에 아이가 식사와 놀이를 구별하지 못할 수 있다. 또 식사에 집중하지 못해 얼마나 먹었는지 알 수 없어 포만감도 제대로 느끼기 어렵다.
식사 장소를 변경해 볼 수도 있다. 야외에 나가서 먹거나 가끔 새로운 분위기에서 외식을 하면 아이가 밥 먹는 일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
아이와 함께 하는 식사 준비도 도움이 된다. 엄마와 함게 식사 준비를 하는 것은 좋은 놀이가 될 수 있고, 밥 먹는 일에 관심을 갖도록 도와주는 계기도 될 수 있다. 때때로 또래와 함께 밥을 먹게 해 보자. 친구가 밥을 먹는 모습을 보면 따라하고 싶은 마음과 경쟁심이 생겨 자극이 될 수 있다.
밥은 안 먹고 간식만 먹으려는 아이들은 엄마가 그렇게 버릇을 들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밥을 안 먹는 아이가 애처로워서 밥 대신 과자나 빵 등을 준 행동이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간식은 달콤하기 때문에 아이는 다음 번에도 밥보다는 간식을 찾게 된다. 이럴 때는 무조건 간식을 끊기보다는 간식의 종류를 바꿔보는 게 좋다. 예를 들어 고구마, 호박 같은 천연 음식을 준비해 보자. 그러나 천연 간식이라 해도 섭취량이 많아지면 배가 불러서 주식을 멀리하게 될 수 있으므로 양을 적당히 조절해 식사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한다.
아이가 밥을 먹지 않고 과자만 찾을 때는 한두 끼 정도 굶기는 것도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아이의 영양을 생각한다면 너무 많이 굶기지는 않도록 한다.
다양한 요리로 입맛을 당기게끔 하는 요령도 필요하다. 그러나 자장면처럼, 일반적인 식사가 아닌 특별식을 계속 만들어 주면 편식이 더 심해질 수도 있으므로 주의한다.
아이가 씹는 일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인형, 동화책을 이용한다. 아이가 밥을 먹을 때 엄마가 옆에서 같이 입을 오물오물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법도 좋다. 모방 본능과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은 오물거리면서 먹는 모습을 보면서 따라 먹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다.
씹기를 싫어하는 아이에게 갑자기 단단한 음식을 주는 것은 좋지 않다. 간식으로 당근이나 감자 등을 살짝 삶아 손가락 모양으로 잘라서 손으로 들고 먹을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약간 무른 음식부터 점차 단단한 음식으로 씹을 수 있는 먹을거리를 자주 접하도록 한다.
싫어하는 음식에 익숙해지게 한다. 처음에는 냄새 정도만 맡게 한다. 그 다음에는 아주 조금만 맛을 보게 하고, 나중에는 입에 넣어 씹어보게 하는 식의 연습 과정이 필요하다.
싫어하는 음식으로 요리를 같이 만들어 보거나 노래를 함께 불러본다. 야채송, 당근송, 우유송 같은 재밌는 노래를 통해 싫어하는 음식에 대해 친근감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쌀나라 왕자, 야채나라 공주, 시금치 군사 등의 등장 인물을 정해 역할극을 해 봐도 도움이 된다. 야채나 과일로 동물 만들기 놀이를 하거나 새싹 채소나 콩나물 등을 직접 키워보는 것도 좋다.
조리 방법을 달리해 보는 노력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가지의 물컹한 식감을 싫어하는 아이라면 가지를 바삭하게 튀기는 식으로 조리해 질감을 변화시킨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소시지나 베이컨에 말아 소스와 곁들여 봐도 좋다.
밥을 싫어하는 아이라면 아이가 좋아하는 메뉴를 밥과 접목시켜 보자. 라이스 버거나 라이스 피자 같은 음식을 만들어 준다. 동물 모양처럼 담거나 계란, 깨, 김 등 고명을 이용해 예쁜 도시락에 담아내면 아이들이 좋아한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나물은 잘게 잘라 전을 부친다든지…
·채소
어른이 먹는 나물이나 생채소를 그대로 밥상에 올리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놀잇감'이나 그릇 대용으로 써서 낯설지 않게 한 다음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갈거나 섞어서 주는 식으로 천천히 채소 맛에 익숙해지게 한다.
국이나 찌개를 만들 때 채소 끓인 물을 이용한다. 양파 파 버섯 무 당근 시금치 등을 삶아 국물만 걸러 사용하면 된다. 밥이나 죽을 만들 때도 이 물을 이용할 수 있다.볶음밥을 할 때 야채를 잘게 다져서 넣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모양을 만들어 준다. 나물을 싫어하는 아이라면 잘게 잘라서 다른 재료와 섞어 부침개나 전을 만들어 먹인다.
·육류
고기의 냄새나 고기 자체를 싫어한다면 카레나 토마토 소스처럼 향과 맛이 강한 재료를 넣어서 조리한다. 스파게티를 만들 때 토마토소스에 고기를 갈아서 넣고 그 위에 피자 치즈를 뿌려준다. 오븐에 구워서 꺼내면 치즈가 녹아서 고기를 덮어준다. 고기를 잘게 썰어 주먹밥을 만든 뒤 김가루를 입혀서 주는 것도 방법이다.
국, 찌개를 만들 때 육수를 우려 사용하고, 죽을 끓일 때도 육수와 함께 잘게 간 고기를 살짝 섞어준다.
·생선
생선 비린내에 예민한 아이에게는 생선을 데치거나 우유, 물 등에 담그는 방법을 이용한다. 레몬즙이나 향신료를 이용해 냄새를 없앤 뒤 조리하는 것도 좋다. 카레를 좋아하는 아이라면 생선 커틀릿에 카레를 만들어 덮밥처럼 먹인다.
아이들은 찌거나 삶는 요리보다 튀긴 요리를 좋아하기 때문에 생선살을 이용한 크로켓이나 생선 말이 튀김, 조기 탕수육 같은 새로운 요리를 시도해 보는 것도 괜찮다. 담백한 도미나 연어를 기름에 튀긴 뒤 살만 발라내 새콤달콤한 드레싱의 샐러드 속에 섞어 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