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소녀, 기적의 대역전극 사상 첫 4강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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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 같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섭씨 30도를 훌쩍 넘는 뜨거운 날씨 속에 체력적 열세를 정신력으로 이겨낸 태극소녀들의 투혼이 빛난 한판 승부였다.

나이지리아는 A조에서 3전전승을 거뒀고 뛰어난 개인기를 바탕으로 10골을 넣은 무서운 공격력을 자랑한 팀이었다. 전반 초반만 해도 한국이 완패하는 듯 했다. 한국은 전반 2분과 3분 나이지리아의 로베스 아일라와 위니프레드 에예보리아에게 연속골을 내주며 무너지는 듯 했다.


■ U-17 여자축구 월드컵
나이지리아전 전·후반 4-4 뒤 연장 6-5 승


순식간에 두 골을 뺏긴 한국은 그러나 침착하게 전열을 재정비했다. 전반 5분 여민지의 중거리포를 시작으로 반격의 물꼬를 텄다. 전열이 안정되자 공격은 저절로 풀려나갔다.

전반 15분 장슬기가 왼쪽 후방에서 시도한 전진 패스를 여민지가 받아 왼쪽 측면에서 크로스로 올렸다. 이때 반대쪽에서 쇄도하던 이금민이 만회골을 터뜨렸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전반 23분 김나리가 왼쪽 측면에서 다시 크로스를 올렸다. 상대 수비진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고 쇄도한 여민지가 페널티 지역 정면에서 오른발로 공의 방향을 바꿔 동점골을 뽑아냈다.

한국은 전반 37분 코너킥 위기에서 오코비에게 왼발슛을 내줘 다시 2-3으로 뒤졌지만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한 골을 뒤진 상황에서 후반을 맞은 한국은 23분 이금민이 페널티 지역 오른쪽 부근에서 나이지리아의 수비수 에베레 오코예로부터 반칙을 유도해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키커로 나선 여민지는 공을 상대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정확히 차넣었다.

상승세를 탄 한국은 4-3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후반 44분 여민지가 역습 찬스에서 상대 골키퍼까지 제치면서 골을 넣은 것. 여민지가 해트트릭을 작성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한국은 오코비에게 경기 종료 직전 통한의 동점골을 내주고 말았다.

이제 경기는 연장으로 접어들었다. 체력적 부담에 시달린 태극소녀들의 발걸음은 무거워졌다. 경기 막판 동점골을 내줬다는 부담감과 실망감이 클 법도 했다. 그러나 정신력이 그들의 뒤를 받치고 있었다.

연장 전반 4분 김아름이 날카로운 침투 패스를 득점으로 연결해 5-4로 앞서나갔다. 이어 불과 4분 뒤에는 여민지가 코너킥을 헤딩골로 박아넣어 스코어를 두 골로 벌렸다.

한국은 연장 전반 13분 아일라가 다시 한 골을 허용했지만 마지막으로 수비 조직력을 잘 가다듬은 뒤 더 이상 실점을 내주지 않아 4강 신화를 완성했다. 최덕주 감독은 "선수들이 정말 잘 차고 경기를 잘했다"면서 "선수들이 6골까지 넣어줄 지 몰랐다"고 좋아했다.

변현철 기자 byunh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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