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일기] 이태석 신부 기념사업회 추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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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백상 멀티미디어부

저 멀리 아프리카 수단에서 헐벗은 이들에게 한없는 사랑을 보여준 고 이태석 신부. 대장암으로 쓰러지기까지 모든 것을 다 내주었던 그의 삶이 다큐멘터리 '울지마 톤즈'를 통해 재조명되면서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리며 그를 그리워하고 있다.

이 신부는 부산과 큰 인연을 맺고 있다. 그는 서구 남부민동에서 태어나 송도 바다를 끼고 성장했고, 인제대 의대까지 졸업했다. 그런 속세의 인연이 전부가 아니다. 이 신부는 유년시절 남부민동과 아미동 일대의 가난한 이웃과, 그들에게 사랑을 실천하는 이웃을 보고 자랐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법을 배운 곳이 바로 부산이었다.

지난 14일은 그의 선종 1주기였다. 부산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추모음악회를 비롯해 그를 기억하기 위한 행사가 경기도 과천 등에서 열렸지만, 부산에서는 그의 친구 신부가 추모미사를 올린 것이 전부였다. 이 신부와 부산의 인연을 알고 있는 부산시민도 많지 않다.

다행히 그의 육체적, 성령적 고향인 부산에서 그의 뜻을 기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서서히 형성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17일 부산시 고위정책회의에서 시청 간부들은 그의 봉사정신이 퍼져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한다. 반가운 소식이다.

이는 특정 종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신부의 삶은 인간의 경계, 종교의 벽을 초월한 사랑이었기에 시민들의 협조도 가능할 것이다. 부산경실련도 "연말 경실련 상근자 모두 '울지마 톤즈'를 관람하고 여러모로 고민하고 있다. 그를 추모하는 일에 시민·사회단체도 적극 동참하겠다"는 입장이다.

물론 부산 출신의 한 인간을 기억하고 우상화하자는 뜻은 아니다. 그의 헌신적인 봉사의 삶과 사랑이 부산에서 싹을 틔워 우리와 세상을 변화시키게 하자는 이야기다. 앞으로 부산에서도 이 신부를 추모하는 사업회 등이 추진되기를 기대해 본다.  k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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