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못다쓴 회고록엔 무슨 내용이?
부산상고 동문체육대회에 참석한 노무현 대선후보와 신상우 동창회장의 악수 장면. 부산일보 DB신상우는 1971년 정계에 입문한 뒤 자신의 정치역정과 관련해 딱 두 권의 책을 냈다. 기자 출신 치곤 많지 않은 저작이다.
한 권은 부산일보 기자시절 칼럼과 초선 국회의원이 된 뒤 각종 연설문 등을 담은 '원점에 서서'(1972년)이고, 또 하나는 1985년 2·12 총선에서 낙선한 뒤 몸담았던 민한당의 부침을 기록한 '고독한 증언'(1986년)이다.
이 중 '고독한 증언'은 정치사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기존 정치인들의 책과는 차별화가 뚜렷하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민한당 창당 과정 · 내막 등 담아
출판 되자마자 정부에 전량 압수
책에는 신상우가 신군부에 의해 민한당 창당의 '산파'로 발탁된 뒤 창당 작업, 공천과 선거, 민한당의 분열과 실패의 전 과정이 무척 치밀하게, 또 사실적으로 기록돼 있다.
특히 1981년 민한당 창당과정에서의 당직 인선 하나하나까지 철저히 간섭했던 신군부의 행태, 그해 3월 총선 공천을 둘러싼 당내 이전투구 등을 실명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은 물론 신상우 본인의 치부조차 가감 없이 적혀 있다.
측근인 최원일 씨는 "기자정신을 십분발휘해 민한당의 시작과 끝을 낱낱이 드러냈다"며 "정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1980년대 암흑기에 야당 정치가 어떻게 작동했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책"이라고 평가했다.
내용의 민감성 때문에 책은 출판되자마자 정보 당국에 의해 전량 압수됐다. 거론된 인사 중에는 명예훼손 소송을 걸겠다고 반발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신상우의 저작활동은 이후 시집과 산문집 몇 권을 내는데 그쳤다.
그러다 KBO 총재를 마칠 때쯤인 2008년 신상우는 회고록을 집필키로 결심했다. 제목과 목차, 내용을 어느 정도 쓴 상황에서 "또 무슨 소동이 휘말리려느냐"는 가족과 주변의 만류에 부딪쳤다. 거기에 건강까지 악화되면서 집필은 중단됐다.
최 씨는 "내용은 본인만이 알지만, 책이 나왔다면 정치권에 적지 않은 파장이 일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못다 쓴 회고록에는 무슨 내용이 있었을까.
신상우는 오랜 간암 투병으로 거동이 불편해 현재 자택에서 요양 중이며, 인터뷰 등 외부 일정은 거의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전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