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일기] 아전인수식 해석만 늘어놓은 원전 설명회

31일 고리원자력본부가 언론을 상대로 고리1호기 안전성 설명회를 가졌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지만 지금껏 베일에 싸여있던 원자로 운전과 비상 냉각시스템이 일부나마 공개됐다. 고리원자력본부가 생긴 이래로 언론 공개는 이번이 처음이다.
주민 불안과 관심을 대변이라도 하듯 부산과 울산에서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의례적으로 끝나기 마련인 질의응답이 한 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최근 일주일 넘게 고리 원전의 안전 문제를 시리즈로 보도하고 있는 기자는 정보 부족에 시달렸다. 원자력 당국은 기자의 취재에 묵묵부답이었다.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까지 덮치는 불안한 상황에서 시민과 환경단체는 고리원전에 대한 묵은 의혹을 쏟아냈지만 누구도 명쾌한 해명을 해주지 않았다.
언론공개를 자처한 원자력 당국은 해명 대신 아전인수식 해석만 늘어놓았다. 일본 원자로와 우리 원자로의 '사소한 차이'는 '독자적인 장점'으로 부풀려졌다. 고작 지난 30년간의 지진 관측 데이터를 근거로 '우리는 지진 안전지대에 살고 있는 국민'이라고 자랑했다.
하지만 기자가 만난 학계 관계자는 고리원전 원자로는 '일본과 종합적인 안전성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평했다. 지진 이후 쓰나미가 덮칠 경우에는 고리원전은 아무런 대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학자들은 한결같이 원자력 당국이 현 상황을 인정하고 일본을 타산지석 삼아 안전대책을 내놓아야 할 때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언론 공개 행사에서 원자력 당국은 고리원전이 안전한 데도 언론이 불안을 조장한다고 하소연했다. 일본의 사고를 계기로 선진국들이 수명연장 정책을 당장 폐기하는 마당에 부산의 원전 당국은 아직 시민들이 뭘 바라는지 알지도, 알려고도 하지 않는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권상국 사회부 ks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