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우리 브랜드] ㈜옥스포드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지구촌 어린이 사랑받는 교육용 블록 만들어요"

"부산은 원래 한국 완구업계의 요람이라고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유통은 수도권에서 해도 제조는 부산을 빼놓고는 설명이 되질 않아요." 부산 사하구 신평동에 위치한 완구 제조업체 ㈜옥스포드의 김영만(53) 사장은 교육용 완구 블록인 '옥스포드'가 부산지역 브랜드였다는 사실을 잘 몰랐다고 하자 이렇게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김 사장은 영문 이름에서 보듯 영원한 'Young Man(영맨·젊은이)'으로서 완구를 숙명처럼 안고 살아왔다고 자타가 인정하는 사람이다. 이 때문에 그는 더욱 옥스포드가 부산의 브랜드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어하는 듯했다.

작년 430억 원 어치 완구 국내외 판매
세계 최대 회사와 부품 납품 계약 체결
"컴퓨터 게임에 밀린 장난감 시장 회복"

수도권의 기업 2~3곳을 빼고 나면 국내에 몇 남지 않은 토종 완구 브랜드인 옥스포드를 이끌고 있는 김 사장은 "토종 브랜드 가운데에서도 대부분의 제품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곳은 또 우리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중국으로 공장을 옮기는 것이 대세인 제조업에서 부산에 공장을 3곳이나 두면서까지 옥스포드는 '완구의 요람' 부산을 지키고 있다.

옥스포드의 전신은 지난 1984년 설립된 '파파토이'. 장난감 총과 자동차 등을 생산하던 이 파파토이는 또다시 20여 년을 거슬러 올라간 1961년 동진공업사를 모태로 하고 있다. 국제시장에 '국제완구'를 차려놓고 완구도매를 병행하던 동진공업사가 완구 제조업체인 파파토이로 거듭나기까지에는 김 사장의 부친인 고 김은수 회장의 노력이 있었다.

대를 이어 완구 제조를 하던 김 사장 부자의 열정은 1992년 회사이름을 옥스포드산업으로 바꾼 뒤 완구용 블록 제조에 돌입하면서 본격적으로 꽃이 피기 시작했다.

당시 국내 유일의 완구 블록 제조업체였던 코코블록이 도산을 하자 블록 관련 기술자들을 영입해 곧바로 시작한 이 사업은 블록 생산라인을 늘려야 할 만큼 성공을 거뒀다. 이 무렵 회사이름도 ㈜옥스포드로 바꿨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곧바로 세계적인 완구용 블록 제조업체인 레고가 옥스포드의 포장형태와 색깔이 레고와 비슷하다며 소송을 걸어왔다. 4년에 걸쳐 대법원까지 간 이 소송으로 옥스포드는 존폐의 위기까지 맞게 됐으나 대법원은 결국 옥스포드의 손을 들어줬다.

다시 도약을 하려는 찰나, 이번에는 IMF 구제금융이 터지면서 재료비가 상승하면서 매출이 답보상태에 빠지는 이중고를 겪었다.

이 와중에도 매출액의 20% 이상을 기술개발에 쏟아붓고 한국적인 정서를 담은 제품을 개발한 옥스포드는 소비자들로부터 다시 호응을 얻어냈다.

옥스포드는 지난해 국내에서 180억 원이라는 매출을 기록했지만 해외 수출로만 250억 원을 올리는 개가를 올리면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수출의 길을 튼 것은 변신로봇을 소재로 한 영화 '트랜스포머'.

옥스포드 박고현 전무이사는 "세계 최대 완구회사와 트랜스포머 완구 제품을 만드는 데 부품을 납품하도록 하는 계약을 맺었다"면서 "브랜드명도 옥스포드를 함께 기입한 제품이 곧 판매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탄탄한 수출 기반을 닦은 옥스포드의 다음 목표는 국내에서 컴퓨터게임에 밀려 자꾸 줄어드는 완구의 옛 영토를 회복하는 것이다.

김 사장은 "유통과 마케팅 체계를 새롭게 해 체력을 회복한 뒤 책과 연계한 교육용 완구를 시중에 새로 내놓음으로써 국산 완구의 실지 회복에 앞장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상윤 기자 nurumi@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