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 썰물] 가물치 농법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김해 봉하마을의 24만 평 논에는 매일 수천 마리의 청둥오리가 논다. 아침에 논에 풀어놓은 오리들은 하루 종일 논바닥을 돌아다니면서 벼를 자극해 튼튼하게 만들고, 어린 잡초나 이화명충 등 각종 해충을 잡아먹는다. 그 배설물은 퇴비가 되니 순환자급형 생태 농업이 이뤄지는 셈이다. 잘 알려진 오리 농법이다. 이처럼 환경을 가급적 덜 해치면서 땅과 사람을 함께 살리자는 게 친환경 농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대 중반 자발적인 민간운동에서 시작됐는데, 그 종류가 적지 않다.

논에다가 쌀겨를 뿌려 미생물들을 증식시켜 비료 효과를 높이고 잡초가 자라는 것을 억제해주는 쌀겨 농법에서부터 숯의 다공성을 이용한 활성탄 농법, 벼 수확과 동시에 밀을 파종하고 밀 수확과 동시에 볍씨를 파종해 농약과 비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 태평 농법, 동요풍의 곡에 새소리나 소 울음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가미한 음악을 들려주는 하우스용 그린음악 농법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친환경 농법의 등장은 끝이 없다.

이런 가운데 부산시농업기술센터가 전국 최초로 가물치를 이용한 친환경 농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모내기가 마무리된 논에 가물치 치어를 집어넣으면 흙탕물을 일으켜 햇빛이 투과되지 않도록 해 자연스레 제초 효과를 볼 수 있으며, 다 자란 뒤에는 따로 가물치를 팔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라고 한다. 센터 측은 논 밖으로 잘 달아나 버리는 미꾸라지나 천적이 많아 개체수 유지가 힘든 잉어와 달리 가물치는 점잖게 논바닥을 지키며 제 역할을 다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야담집인 조선시대 '어우야담'에는 가물치를 '가모치(加母致)'로 불렀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어머니나 산모에게 좋은 물고기라는 뜻이니, 어머니와도 같은 땅을 지키려는 친환경 농법의 한 주역으로 가물치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가물치가 우리 땅과 먹을거리를 살리는 새로운 자원이 되길 기대해 본다. 이현 논설위원 hlee@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