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 썰물] 펜션

고대 그리스의 역사학자 헤로도토스는 여행가로도 이름을 날렸다. 그는 그리스는 물론 이탈리아 이집트 인도 아프리카까지 여행했다. 이들 나라를 여행하면서 현지인들과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쓴 책이 바로 '역사'이다. 페르시아와 그리스 간의 전쟁이 '역사'의 주된 내용이지만, 그가 여행했던 나라의 이야기도 함께 실려 있다. 이집트의 경우 '나일강의 선물'이라 부르고 역사와 풍습 지리 등을 상세하게 기술하기도 했다.
헤로도토스가 많은 나라를 여행할 수 있었던 것은 여행객들에게 빵과 와인을 공짜로 제공했던 '간이식당' 때문이었다. 타베루나라고 불리는 간이식당은 그리스에서 시작돼 인근 국가로 전파됐다. 간이식당은 자유와 참여, 그리고 상호 평등을 표방했던 그리스 민주주의의 산물이었다. 타베루나는 화폐가 활용되고, 국가 간 상업무역이 시작되면서 사라지고 대신 돈을 받는 숙박업소가 생겨났다.
펜션의 유래는 타베루나에서 비롯된다. 타베루나는 프랑스로 넘어와 연금을 뜻하는 팡시옹(Pension)으로 불리면서 펜션의 시초가 됐다. 팡시옹은 은퇴한 노년층이 주로 농어촌에서 운영하는 민박으로 노후생활을 유지하는 수단이었다. 프랑스와 독일에서는 이제 펜션이 전체 숙박 시설의 35%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2000년 초이다. 우리보다 10년 먼저 활기를 띤 일본의 영향을 받았다. 제주도에서 처음 영업이 시작돼 지금은 남해와 거제도를 비롯해 경치가 좋은 계곡이나 호숫가, 바닷가에 우후죽순처럼 들어섰다. 대부분 뛰어난 풍광에다 주방시설이 갖춰져 있어 가족단위의 휴양객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폭우가 쏟아진 어제 춘천 소양강댐 인근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펜션이 매몰돼 13명이 사망했다. 이 중 10명은 봉사활동에 나선 대학생들이라 더욱 안타깝다. '자연 앞에서 겸손하라'는 진리를 새삼 일깨워 주는 참극이다. 조선 논설위원 sunj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