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우리 브랜드] 샤리마
'젊은 디자인에 넉넉한 사이즈' 부부 합심 여성복 품질로 승부
이심전심으로 여성복 브랜드 샤리마를 만들어낸 이윤석(왼쪽) 사장과 송현숙 이사 부부가 올해 신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해마다 프레타포르테가 열리는 부산은 패션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도시다. 전국적으로도 부산지역 봉제임가공업체들의 만만찮은 솜씨는 정평이 나 있을 정도다. 하지만 패션의 대표상품이라고 하는 여성복 분야에서 부산 태생의 기성복 브랜드를 꼽아보는 것은 쉽지 않다. 품질과는 별개로 약한 유통망이 발목을 잡는 것이 부산 기성복 브랜드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유통망의 열세를 극복하고 백화점에 당당히 입점해 전국구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여성복 브랜드 '샤리마'의 선전은 유달리 돋보인다.
브랜드 시제품 납품하다 독립
유통망 열세 극복 백화점 입점
"지역 브랜드 진출 넓어졌으면"
샤리마는 지난 2003년 이윤석(48) 사장이 세운 가민인터내셔날의 브랜드다. 여성복 브랜드의 브레인이라고 할 수 있는 디자인팀은 이 사장의 부인인 송현숙(42) 이사가 맡고 있다.
이 사장 부부는 가민인터내셔날을 세우기 전에 부산지역의 한 어패럴 회사에서 함께 일했다. 대학에서 의상을 전공한 송 이사가 디자인실로 들어오면서 영업을 맡고 있던 이 사장과 사사건건 티격태격 맞붙다 정이 들었다.
"영업 현장에서 바라는 옷과 디자인팀이 추구하는 옷의 콘셉트가 달라 늘 다투기 일쑤였어요. 그렇게 소소한 차이를 놓고 늘 다투다 한 집에서 더 심도있게 다퉈보기로 한 거지요."
하지만 결혼 후 송 이사는 임신 등의 이유로 회사를 3년간 떠나야 했다. 두 아이를 낳은 뒤에도 디자인에 대한 꿈을 저버릴 수 없었던 그는 새 직장을 찾아 나섰다. 옆에서 지켜보던 남편은 '차라리 우리 함께 일하자'며 창업을 제안했고 우여곡절 끝에 가민인터내셔날의 문을 열었다.
변변한 자본도 없이 오로지 손기술 하나만 믿고 시작한 사업은 프로모션 납품(유명브랜드에 디자인 시제품을 제시하고 주문을 받아 납품하는 방식)부터 시작됐다. 시제품을 들고 서울지역 유명브랜드를 일일이 방문한 끝에 따 낸 일거리로 1년을 버티던 어느날. 아내는 남편에게 "유명브랜드 입맛에 맞출 게 아니라 우리 브랜드명을 단 제품을 만들자"고 재촉했다. 이슬람어로 사랑이라는 뜻의 샤리마는 그렇게 탄생했다.
송 이사는 샤리마의 고객으로 40대 이상 여성을 상정하고는 '젊은 감각의 디자인에 중년도 입을 수 있는 넉넉한 사이즈'라는 콘셉트에 맞춰 제품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모든 제품은 부산지역 봉제임가공업체를 통해 만들었다. 싼 임금을 좇아 생산공장을 해외로 내보내는 대형 브랜드와는 달리 품질로 승부를 걸기 위해서는 철저한 생산의 부산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자체 브랜드를 만든 이후 시급한 문제는 역시 유통망이었다. 영업 경험이 있는 이 사장이 팔을 걷고 나섰다. 품질 하나로 백화점 문을 두드린 끝에 2004년 부산 현대백화점에서 실시한 옷 품평회에서 호평을 얻고 입점을 하게 됐다.
송 이사가 만든 콘셉트에다 중저가 가격정책을 적용한 샤리마 제품에 대한 고객의 반응은 예상 외로 뜨거웠다.
2006년부터는 서울에 사무소를 내고 갤러리아 백화점과 신세계 백화점 등에도 입점하면서 인지도를 높여 나갔다. 월 매출 1억 원 이상을 올리던 서울 지역 매장은 그러나 서울지역 백화점 인수합병 과정에서 '공중에 뜨고 말았다'. 백화점 측의 일방적인 매장 정리로 매장이 빠지는 바람에 결국 서울지역에서는 2년 만에 철수를 하게 됐다.
서울지역에서의 아픔을 딛고 샤리마는 울산 현대백화점과 창원 대우백화점 등 모두 7곳에 매장을 선보이며 유통망을 넓혀 나갔다.
백화점 수수료 할인 등 지난해의 호재에 힘입어 올해 20억 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이 사장 부부. 이들은 "대형 유통업체와 지역 브랜드가 윈-윈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며 유통망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 브랜드의 현실을 재차 강조했다.
이상윤 기자 nurum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