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시진핑 부주석 4박5일 美 방문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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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넓은 마음 가져라"

미국에 이어 사흘간 일정으로 18일 아일랜드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이 방문 이틀째 날 더블린에 있는 크로케파크에서 아일랜드식 축구인 '게일릭 풋볼'을 즐기고 있다. .AF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의 지난주 미국 방문은 향후 10년간 중·미관계를 점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실제로 국내총생산(GDP)은 향후 10년 내 중국이 미국을 앞지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 부주석은 17일까지 4박5일 간의 방미기간 미국인에게 새로운 중국의 지도자 상을 보여주며, '말이 통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을 부각시킨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중국의 힘' 과시하며 G2 파트너십 강조
거침없는 행보 차기 지도자 이미지 각인


특히 미국에게 '넓은 마음'을 갖도록 설교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비유하자면 '쫓는 자가 쫓기는 자(미국)에게 여유를 가져달라'고 주문한 셈이다.

중국의 차기 지도자로 확실시되는 시 부주석은 방미 중 "중·미 양국은 서로의 핵심이익을 존중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며 "태평양은 중국과 미국 두 개의 대국을 수용할 만큼 충분히 넓다"고 말했다. 중국의 빠른 부상에 대해 미국이 큰 압력을 느낄 필요가 없는 만큼, '넓은 마음'을 가져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 부주석은 지난 15일 미·중무역전국위원회(USCBC) 주최 오찬 연설에서는 "미국은 대만 독립과 티베트 독립을 반대하고 신중한 태도를 보여줄 것"을 촉구했다. 친선뿐만 아니라, 미국에 대해 강경한 일면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시 부주석은 무역불균형이나 인권 등 매우 민감한 현안에 대해 미국 측의 예봉을 피해가는 노련함도 보여줬다.

"산을 만나면 길을 뚫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자"(逢山開路 遇水搭橋)거나 "길이 어디에 있느냐고 감히 묻는다면, 길은 발아래에 있네"(敢問路在何方,路在脚下)라는 등 은유적 표현 속에 미국에 휘둘리지 않는 중국의 지도자상을 확실하게 심어줬다.

시 부주석은 후진타오 주석이 여전히 건재하고 있지만 미국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거침없는 행보를 보임으로써 중국 권력내부에서 그의 지위가 확고함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는 10년 전 장쩌민 국가주석 시절에 차기 지도자로 미국을 방문했던 후진타오가 시종 절제된 행보를 보인 것과 비교되는 것이다.

중국은 시진핑의 방미에 맞춰 미국 아이오와 주에서 43억 달러 규모의 대두 수입 계약을 체결하고 로스앤젤레스에서는 3억3천만 달러 규모의 상하이 '오리엔탈 드림웍스' 건립 계획을 발표해 '중국의 힘'을 새삼 확인시켰다.

반면 미국 측에서 중국의 종교 및 인권 침해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약했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16일 사설을 통해 "미국 측에서 아무도 공식적인 자리에서 '종교 탄압'에 대해 비판하지 않았다"며, "특히 티베트에서는 종교활동가가 탄압의 목표가 되고 있다"고 강한 어조로 미국 측 회담 참석자들을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시 부주석의 방미 기간 "모든 나라가 세계 경제시스템에서 동일한 규칙을 바탕으로 협력해야 하며, 중국과도 이를 바탕으로 협력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규칙 위배를 제재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치는 보여주지 못했다.

최용오 기자 choic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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