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들의 부인병 어떻게 하지…
부인병(婦人病). 말 그대로 풀자면 '부인(남의 아내를 높여 부르는 말)들이 걸리는 병' 쯤 되겠다. 그런데 이같은 부인병이 미혼 여성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어쩌면 '부인병'이라는 말부터 고쳐야 한다. 미혼 여성들의 부인병 증가 이유와 미혼 여성들에게 흔히 발병하는 부인병의 종류에 대해 알아봤다.
미혼 여성 인구 증가 따라
부인과 질환 함께 늘어나
자궁근종·경부암, 질염, 물혹 등
애매한 증상 자가발견 어려워
적어도 1년에 한번 병원 찾아야
치료시기 놓치면 병 키우는 꼴
미혼들의 부인병 증가 이유
2011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남성의 평균 초혼 연령은 31.9세, 여성은 29.1세였다. 1990년 수치와 비교해보자. 남성의 경우 1990년 27.9세에서 4세나 늦어졌고, 여성의 경우 1990년 24.8세에서 4.3세 늦어졌다. 이처럼 지속적으로 결혼 연령이 늦어짐에 따라 미혼 여성의 인구가 증가하고, 예전 같으면 결혼한 여성에게서나 나타나던 부인과 질환이 미혼 여성들에게서도 흔히 발병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여성들의 초경이 빨라지는 등 신체 환경 변화는 부인병 발병 연령 자체를 낮추기도 한다. 수 년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국정감사에서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었던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은 "10대 여학생의 36%가 부인병을 겪고 있지만 이 중 4%만 산부인과를 방문한다는 조사결과가 있다"며 "청소년기에 산부인과 진찰을 받을 기회가 없어 대부분 병을 악화시키다가 나중에 발견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혼에게 잦은 부인병 종류
1. 자궁근종 : 자궁근육에 생기는 양성 종양으로 여성에게서 발생하는 종양 중 가장 흔하다. 가임기 여성은 20~30%가, 35세 이상의 여성에게서는 40~50%가 발견된다. 임신 중 크기가 커지며, 폐경 후엔 크기가 줄어드는 것으로 보아 여성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월경과다, 월경통, 성교통, 골반통, 빈뇨, 배뇨곤란증 등의 증상을 보이며,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다. 특별한 예방법은 없으며, 정기적인 초음파 검사를 통해 진단받을 수 있다.
2. 자궁내막증식증 : 자궁내막의 분비샘 등 자궁내막조직이 자궁 이외의 부위에도 존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자궁내막증식증이라고 한다. 가임 연령대의 여성에게서 자주 발생하지만 청소년기의 여성에게서도 종종 발견된다. 월경통, 성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불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갑자기 월경통이나 성교통이 심해지면 자궁내막증식증을 의심해보아야 한다. 치료 후에도 절반 정도의 비율로 재발 가능성이 있어 정기적 검진이 필수적이다.
3. 질염 : 질염은 세균성 질염, 트리코모나스 질염, 칸디나 질염이 대표적이다. 가장 흔한 여성 질환 중 하나. 종류에 따라 증상은 약간씩 다를 수 있으나 질내 분비물이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방을 위해서는 성관계 시 콘돔을 사용하고, 좌욕 등을 통해 질내 위생 상태를 청결히 하는 것이 좋다. 질염 증상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반드시 산부인과를 방문해 분비물 검사와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임신과 겹치면 조기 양막 파수 등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4. 자궁경부암 : 부산백병원이 2011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9세 여성의 자궁경부암 발병률이 2004년에서 2008년에 이르는 5년 새 27.8%나 증가했다. 성관계의 증가, 다수의 성배우자, 흡연, 인유두종 바이러스 감염 등의 요인으로 인한 것이라는 설명. 특별한 증상도 없어 조기 발견의 어려움이 크다. 최근 자궁경부암의 원인이 되는 인유두종바이러스에 대한 예방백신이 개발되었으므로 접종을 하는 것도 좋겠다.
5. 다낭성난소증후군 : 가임기 여성 6~10% 정도에게서 발병하는 내분비질환의 하나. 수 년 전 가수 간미연과 개그우먼 김신영이 발병 진단을 받아 화제가 되었던 질병이다. 생리주기가 42일 이상으로 생리가 불순하거나, 여드름이나 다모증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배란이 잘 되지 않기 때문에 불임이 될 경우가 많으며, 자궁내막암, 유방암, 당뇨병 등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어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6. 난소물혹 : 일반적으로 양성의 난소 종양을 광범위하게 일컫는 말로, 엄밀히 말해 의학용어는 아니다. 양성의 난소 종양은 종류가 다양하지만 미혼 여성에게 흔히 나타나는 것은 난소 혹은 난소 종양의 꼬임이다. 증상은 하복부 또는 옆구리 통증이 지속되면서 구토 등을 동반한다. 혈류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해 심할 경우 난소 조직의 경색 및 괴사를 초래한다. 특별한 예방법은 없으며, 빠른 진단을 통한 응급 수술만이 방법이다.
당당하게 산부인과 검진 받아야
기혼 여성들의 부인병보다 미혼 여성들의 부인병이 더 위험하다. 부인병의 경우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데다 일반적인 생리통과 유사한 경우도 많아 쉽게 자가 발견이 어렵다. 문제는 미혼 여성들의 경우 "처녀가 웬 산부인과?"라는 주변의 시선과 신체 노출에 대한 수치심, 검진에 대한 공포 등으로 산부인과 방문을 꺼린다는 점이다. 이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발견되면 쉽게 치료 가능한 부인과 질환들조차 그 시기를 놓치게 되어 오히려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20세 이상의 여성이라면, 또 20세 이하의 여성이라도 성관계 경험이 있다면, 적어도 1년에 한 번 정도는 산부인과를 찾아 자궁경부암 세포진 검사, 그리고 임신전 초음파 검사 등을 정기적으로 받을 것을 권하다. 그리고 자궁근종이나 난소 종양 등이 진단된 경우에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정기적인 검사를 받아야 한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도움말=부산백병원 산부인과 변정미, 정대훈 교수, 좋은문화병원 산부인과 조유경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