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오는 파도소리에' 40년 세월을 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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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학교 학생회관 3층 동아리방에서 40주년 기념 공연을 연습 중인 '썰물' 단원들. 강원태 기자 wkang@

젊은 세대에게는 낯설지만, 부산의 7080세대에게는 아이돌 그룹 못지않게 유명했던 이름, '썰물'. 부산대학교 통기타 중창단 '썰물'은 1972년 창단해 1978년 제2회 MBC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으며 부산뿐만 아니라 전국에 그 존재를 알렸다. 제2회 가요제는 금상에 노사연, 은상에 배철수의 '활주로'였고, 심수봉과 임백천이 수상권에 들지 못할 정도였으니, 그 실력이 얼마나 대단했는가를 알 수 있다. 이때의 쟁쟁한 멤버들이 오는 5일 창단 40주년 기념공연을 위해 다시 모인다. 40년을 아우르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부산대를 찾았다.

부산대학교 학생회관 3층 동아리방은 1기부터 41기 재학생까지 20여 명이 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우선 대상의 주인공에게 당시 이야기를 들어봤다. 1기 김성근 씨는 "샌드페블즈가 우승한 걸 보니까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겠더라"며 "1회 대회를 접하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출전 준비를 했다"고 전했다.

1978년 대학가요제 '대상' 전국 명성
부산대 중창단 '썰물' 창단 40주년 공연
선·후배 세대 초월 한자리 모여 교감


이들에게 대상을 안겨준 곡은 '밀려오는 파도소리에'. 동아대학교 음악학부에 재직 중인 박철홍 교수가 작사·작곡했다. 전주 부분을 바이올린 연주로 구성하는 등 당시에는 획기적인 음악이었단다. '썰물'의 지도교수인 부산대학교 전 사범대학장 백영호 교수는 "박철홍 교수가 당시 AID 아파트에서 해운대와 동백섬을 내려다보며 인생의 회한 등을 느끼면서 만들었고, 다른 곡 '어찌할꺼나'는 을숙도에서 낙조 속에 갈대밭이 불타는 것을 보면서 만든 노래"라며 "부산의 지역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이 아닌 부산팀 '썰물'의 대상 수상은 당시 큰 이슈였다. 7기 김형균 씨는 "당시 음악은 서울 중심이었는데 부산이 휩쓸면서 난리가 났었다"며 "우리가 우승하면서 '서울도 별것 아니구나'하는 자신감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썰물' 또한 우승 당시의 모습에서 조금씩 변하게 된다. 백영호 교수는 1982년 조교 시절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28년째 지도교수를 맡아 온 '썰물'의 산 증인. 민주화 운동 시기에는 '아침 이슬'이나 김민기의 '친구' 같은 노래를 비롯해 민주화 운동의 애환이 담긴 자작곡을 주로 불렀다면, 지금은 발라드풍의 노래도 많이 부르게 됐다고. "90년대 들어와서 젊은이들의 성향이 특히 달라졌지요. 통기타만 치면 대가 끊기니까 전자 키보드랑 드럼도 들어왔죠. 여학생도 많아졌어요. 예전에는 2~3기당 1명꼴로 여학생이 들어왔는데 지금은 훨씬 많아요. 지금 회장도 여학생입니다."

'썰물'의 구성원 또한 세월이 흐르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14기 김희철 씨에게 '썰물'은 말 그대로 선망의 대상. 일원이 되기 위해 친구들과 학교 박물관 구석에서 남몰래 연습도 하고, 50 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거쳐야 할 정도였다. 현재 '썰물' 회장인 37기 이수연 씨는 입시 원서를 내러 오는 길에 마침 본관 앞에 걸려있던 '썰물'의 공연 간판을 봤는데, 함께 있던 어머니가 적극 가입을 권유하셨단다. 이 씨의 동기들은 대부분은 부모님의 권유로 동아리에 가입했단다. 반면, 새내기들에게 '썰물'의 화려한 과거는 생소했다. 41기 박현진, 김태엽, 노형우 씨는 '썰물'이 대학가요제 대상을 받았다는 이력도 모르고 들어온 경우다. 이들은 "기타를 배우고 싶은데, 전자기타보다는 통기타에 관심이 많아 들어오게 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썰물은 가족이다'를 입버릇처럼 말하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같았다. 재학생들은 "아버지뻘을 훌쩍 넘는 대선배들이지만 먼 친척을 만나는 기분"이라며 "오랜만에 봐도 어색하지 않다"고 전했다.

이제 100여 명이 넘는 대가족을 이룬 '썰물'은 언제나처럼 '내 나라 내 겨레'로 시작해 '밀려오는 파도소리에'로 마무리하는 순서로 정기 발표회를 준비했다. 재학생들은 강민혁의 '별', 김태우의 '사랑비', 노을의 '러브송' 등을 들려줄 예정이라고. 이 곡들은 통기타에 맞게 편곡해 7080세대도 함께 즐길 수 있게 했다. 40년이 넘는 세월을 담은 '썰물'의 정기 연주회는 어떤 색깔일지 기다려진다.▶썰물 40주년 기념 공연=5일 오후 4시, 부산대학교 10·16 기념관(구 효원회관). 010-5522-1183. 박진숙 기자 tru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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