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국물은 비켜" 라면 시장 '더 빨갛게' 재편

라면시장이 다시 빨간 국물 라면 전성시대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한동안 라면시장을 주름잡던 하얀 국물 라면은 열풍이 사그라진 정도를 넘어 퇴조 기미까지 보이고 있다.
8일 부산지역 한 대형마트의 라면 매출 분석 결과 하얀 국물 라면의 매출 구성이 지난 3월 30%에서 지난달 23%로 하락했다.
부산 대형마트 하얀라면 퇴조
'신라면' '남자라면' 판매 늘어
"얼마나 매울까" 새 화두 등장
반면 빨간 국물 라면의 대명사인 농심 '신라면'의 매출은 같은 기간 17%에서 23%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마트 측은 하얀 국물 라면의 하락분을 빨간 국물 라면인 신라면이 고스란히 받아먹은 것이 아니냐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지난해 하얀 국물 라면의 열풍을 주도했던 팔도 '꼬꼬면'과 오뚜기 '기스면'은 지난 3월 라면 판매 순위에서 각각 7위와 8위를 기록했으나 지난달 10위권 밖으로 밀려나면서 인기가 급속히 시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얀 국물 라면 가운데 선전하고 있는 삼양 '나가사끼 짬뽕'만이 3월 2위에서 지난달 4위로 체면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지난해 하얀 국물 라면의 대명사였던 꼬꼬면을 출시한 팔도도 이경규를 다시 전면에 내세운 빨간 국물 라면 '남자라면'을 3월 출시, 그 달 25위에서 지난달 단숨에 7위로 올리는 등 빨간 라면 국물에 올인하고 있다.
농심은 지난달 하순 출시한 '진짜진짜' 라면이 벌써 라면 매출 순위 1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면서 빨간 국물 라면을 앞세워 시장 재탈환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라면업계 관계자는 "하얀 국물 라면 시장에서 팔도와 삼양에 우위를 빼앗겼던 농심의 반격이 가시화하면서 라면시장이 빨간 국물 라면으로 급속히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빨간 국물 라면으로 라면업계 1위 자리를 줄곧 지켜온 농심은 진짜진짜 라면을 개발하면서 전담 연구원만 30명 가까이 투입할 정도로 빨간 국물 라면 신제품 개발에 혼신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 라면 출시가 봇물을 이루면서 라면 신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짧아지고 있는 것도 빨간 국물 라면의 시장 재탈환에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8월 하얀 국물 라면의 돌풍을 일으키며 출시된 꼬꼬면은 출시 4개월 만에 월 매출 120억 원을 기록할 정도로 초반 상승세가 눈부셨다. 더 많이 팔 수 있었지만 생산설비가 따라가지 못해 아쉽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해가 바뀌면서 꼬꼬면은 금세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라면업계에서는 신제품이 최소 1년간은 관심을 끌던 이전 패턴과는 달리 라면업계의 발빠른 신제품 출시가 소비자들의 입맛까지 변덕스럽게 바꿔놓았다고 보고 있다.
부산지역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빨간 국물 라면으로 회귀하기 시작한 이상 당분간은 빨간 국물 라면의 판매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올해 라면시장은 '얼마나 매울까'를 화두로 빨간 국물 라면이 대세를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상윤 기자 nurum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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