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연극 - 인디아블로그

부산일보 기자 webmast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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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 들어서자 익숙하면서도 낯선 향기가 코를 자극한다. 향을 피우고, 객석에는 등까지 달았다. 자리에 앉으니 짜이(우유를 넣고 끓인 인도식 차) 한 잔을 건네준다. 짜이 한 모금 마시고 인도산 소품이 가득한 무대를 보고 있자니,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느낌이 든다. 차를 건네주던 두 청년이 곧 무대에 올라 이야기를 시작한다. 부산에 온 지 꽤 됐는데 오늘은 날씨가 좋아 해운대에서 수영도 하고 선탠도 했다는 둥 이런저런 일상을 얘기하다 두 사람이 인도행 비행기 안에서 처음 만난 이야기를 꺼낸다. 관객은 자연스럽게 이들과 함께 인도행 비행기에 탑승한다. 시작한다는 안내 멘트도, 암전도 없이 이렇게 연극 '인디아 블로그(사진)'가 시작된다.

작품은 여자 친구를 찾으러 인도에 온 혁진과 친구의 죽음을 계기로 다시 인도 여행을 떠난 찬영의 여정을 따라 진행된다. 두 배우는 여행지에서의 에피소드를 보여주다 중간 중간 관객과 직접 대화하는 방식으로 감상과 느낌을 이야기해 친근하고 편하게 다가온다. 관객과의 피드백이 많은 것도 배우와 함께 여행 온 느낌을 강하게 들게 한다.

작품을 위해 배우와 스태프는 실제로 34일간 인도를 여행했다. 그래서 이들의 연기는 경험에서 우러난 생생함 그 자체다. 혁진 역의 전석호는 "실제 겪었던 경험이다 보니 기억은 멀어져도 몸이 기억하고 있다"고 전했다. 찬영 역의 박동욱은 "카페에서 놀이공원 로고송을 개사해서 시끄럽게 부르며 난장판을 만든 것도 실제 경험이었고, 작품 마지막에 부르는 '오랜만이야'란 노래도 여행을 다녀온 후 곡을 붙이며 함께 만들었다"고 전했다.

작품 속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도 두 배우의 첫사랑, 헤어진 여자친구, 인도에서의 만남 등 실제 경험에서 가져왔다. 처음에는 당연히 만들어진 이야기로 여겨지지만, 작품을 보다 보면 모든 이야기가 진짜 경험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모호한 것도 작품을 보는 또 다른 재미다.

또 한 가지 재밌는 것은 작품의 배경음악을 연주하며 중간마다 출연하기도 하는 기타맨 박준민이 인도 여행에서 만난 사이란 점이다. 29일까지 경성대 예노소극장에서 공연되는 '인디아 블로그'는 연극이라기보다, 즉흥과 변주가 가득한 여행 그 자체란 느낌이다. 박진숙 기자 tr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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