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 연주가 진효근 씨, 동물진혼제까지 찾아가는 톱 연주 30년
입력 : 2012-08-28 11:01:23 수정 : 2012-08-28 14:30:01
창원 주남저수지를 왼편에 끼고 오솔길로 들어섰다. 작은 공장 몇 개를 지나니 끝자락에 낡은 2층 양옥이 보였다. 톱 연주자인 진효근(59) 씨의 작업실. 2층 전체를 하나의 큰 공간으로 꾸민 작업실은 악기와 스피커, 앰프로 가득했다.
"잘 찾아오셨네요."
수염이 몽용하게 난 얼굴로 그가 맞았다. 독두 때문에 코 밑과 턱 아래의 수염이 더 두드러졌다. "여름이 되니 참 바쁘네요. 이곳저곳에 불려 다니고. 그러다 보니 부산에 나갈 시간도 없어요." 일부러 찾아오게 해 미안하다는 표현인 듯했다.
피아노 가게 운영하다 배워
고아원·위령제 등 무료봉사
최근 공연을 물었다. 그러나 그는 대답 대신 스마트폰을 꺼냈다. 일정표에 빈 날이 거의 없었다. 23일 통영, 24일 대산미술관, 25일 충남 보령…. 10월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어휴, 5∼6월은 더 심했어요. 하루 2∼3차례 공연한 날도 있는 걸요."
그는 축제장을 주로 다녔다. 크고 작은 축제장에서 톱 연주는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무료 혹은 차비만 받은 무대도 많았다. 사실 고아원, 장애인시설, 거리음악회, 위령제, 환경콘서트 등 '돈 안 되는' 공연을 더 선호했다. 살처분에 희생된 동물 진혼제에도 그는 톱 한 자루만 달랑 들고 찾아갔다.
"한때 저도 수백만 원의 출연료를 받았어요. 그때 출연료가 곧 내 자존심인 줄 알았지요." 그러나 돈벌이에 지쳐갈 무렵 불현듯 출연료가 아니라 관객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단다.
그의 톱 연주는 30여 년 전부터 시작됐다. "시내(경남 마산)에서 중고 피아노 가게를 했어요. 물건을 사러 종종 부산을 들렀는데, 어느 날 초량의 한 피아노 가게에서 커다란 서양 톱을 보았지요. 악기라고 하더군요."
그 순간 호기심이 일었고 그 톱을 곧바로 구입했다. 하지만 배울 데가 없었다. 요즘처럼 유튜브도 없던 시절이었다. 바이올린 활로 며칠 동안 혼자서 톱질(?)을 했더니 조금씩 소리가 났다. 그렇게 한 달쯤 지나 마산시립교향악단 후원회 뒤풀이에서 재미 삼아 시연했다.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톱은 이후 그의 분신이 됐다.
악기가 톱이다 보니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많다. "제주 공연을 위해 김해공항에 갔는데 톱을 흉기로 보고 탑재를 거부하는 겁니다. 기가 차서 그 자리에서 연주할 테니 보라고 으름장을 놓았지요."
그는 톱 연주자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지만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한 클래식 음악가다. "마흔이 넘어 대학을 다녔습니다. 원래 고교 졸업 후 클라리넷을 배워 음대에 가려 했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그 한을 20년이 훌쩍 지나 성악으로 푼 것이지요."
고교 때는 악대부에서 색소폰을 불었다. 지금도 톱, 색소폰, 클라리넷을 늘 함께 들고 다닌다. 피아노 가게를 할 때 피아노 조율도 익혔는데, 그 덕택에 지금도 생계 걱정은 없다며 그는 웃었다.
백현충 기자 choo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