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영화의 또 다른 재미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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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보다 스토리 뛰어난 작품 많아

조금만 더 멀리

이란의 거장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지금도 수시로 단편을 만든다. 표현이 자유롭고, 자본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도 볼만한 단편이 상당수 있다.

■ 한국 단편

작품 형식이 특이하다기보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솜씨가 뛰어난 작품이 많다. 신민희 감독이 연출한 '덕구 TV'는 소재가 흥미롭다. 노부부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응모해 아이패드를 선물로 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아이패드를 TV로 오인해 펼쳐지는 에피소드가 흥미롭다. 홍효숙 프로그래머는 "아이패드를 매개로 노부부의 관계가 호전되는 상황을 재미있게 엮었다"고 말했다.

영화 '꽁치'는 아빠와 여고생 딸, 둘이 펼치는 이야기다. 사춘기 여고생이 초라한 아빠에 관해 느끼는 예민한 감성과 부녀 간의 소소한 갈등을 잘 표현한 작품이다. 이설희 감독이 연출했다.

전효정 감독이 만든 영화 '미자'는 중년 여성의 사랑을 다뤘다. 한 여성이 네팔 총각과 맺은 관계를 사랑이라고 믿는 심리를 그렸다. 홍효숙 프로그래머는 "아줌마의 성적 욕구와 사랑에 관한 실망,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섬세하게 담았다"고 말했다.

영화 '뜨개질'은 가수이자 연기자인 윤은혜가 연출한 작품이다. 남자 친구와 헤어진 여성이 이사를 위해 물건을 정리하면서 느끼는 감정을 담았다. 대사가 없지만, 카메라는 이성을 떠나 보낸 여성의 마음을 잘 표현했다.

■ 외국 단편

'오로라 나의 오로라'는 익명의 도시 생활을 표현한 영화다. 야누스 빅토리아 감독이 연출했다. 도시의 밤을 달리는 택시기사와 배우를 꿈꾸는 여인의 일상이 교차한다. 조영정 프로그래머는 "황량한 도시 느낌을 살린 내레이션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사에드 잘랄 후세이니 감독이 연출한 영화 '전초기지'는 포로로 잡힌 반군과 이를 지키는 정부군의 이야기를 그렸다. 조영정 프로그래머는 "개인적인 욕망을 포기하고 대의명분을 위해 희생하는 청춘을 담은 영화"라고 말했다.

영화 '밤을 달리는 택시'는 50대 택시기사가 취객의 사랑 노래를 들으며 과거를 회상하는 내용을 담았다. 에드워드 쿠 감독이 연출했다. 조영정 프로그래머는 "감독 나이가 18세밖에 되지 않는데도 영화를 상당히 세련되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니칸 네자미 감독이 만든 영화 '조금만 더 멀리'는 꿈에 도달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그렸다. 이란의 특이한 대중교통 문화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감독의 첫 작품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복잡한 내용을 단순하게 푸는 연출 솜씨가 뛰어나다.

조영정 프로그래머는 "방글라데시 이주 노동자의 애환을 다룬 영화 '컨테이너'(아부 샤헤드 이몬 감독), 이란의 관습을 다룬 작품 '사바'(로키에 타바콜리 감독)도 관객의 시선을 끌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균 기자 kjg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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