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힘껏 뛰었습니다 마음껏 즐기세요"
부산국제영화제(BIFF) 스태프가 한자리에 모여 외쳤습니다. "정성껏 준비했습니다. 올해도 BIFF 보러오세요!" 이재찬 기자 chan@"내년엔 어떤 기획을 준비할까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끝나자마자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가 한 말입니다. BIFF 스태프들은 속으로 빙그레 웃었습니다. BIFF가 매년 막을 내릴 때마다 김 수석이 곧잘 하는 말인데, 지난해는 '혹시나' 했거든요. 그런데 '역시나'였습니다.
올해 BIFF 준비는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프로그래머들은 좋은 영화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갔습니다. 아시아는 물론이고 중동, 중남미를 가리지 않았습니다. 고생이 많았죠. 비용을 아끼려고 경유지가 여러 곳인 비행기를 타는 건 기본이었습니다. 여행금지국가인 아프가니스탄도 방문하려 했습니다만 막판에 결렬돼 아쉬웠습니다. 어렵게 비자까지 받았는데 그쪽 영화계가 극구 만류했다는군요. '총격 사건이 벌어져 위험하다'는 이유였습니다.
조바심 나는 일도 한둘이 아녔습니다. 자국에서 한글 자막을 넣겠다는 나라가 있었습니다. 번역이 어색할까 봐 고민했습니다. 바르타노프 감독 영화는 정말 어렵게 구했습니다. 감독이 아르메니아 정부의 블랙 리스트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각고의 노력 끝에 그의 단편을 BIFF에서 볼 수 있게 됐습니다.
BIFF 상영작이 결정되면서 스태프들은 바빠졌습니다. 자막을 넣느라 밤을 새우고 국내외 게스트 일정을 조절하느라 머리를 싸맸죠. 기념품과 카탈로그를 점검하고 각종 부대행사도 챙겼습니다. 상영작 일정을 잡기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죠.
BIFF 스태프의 땀과 열정 덕분에 이번에도 흥미로운 영화제가 될 듯합니다. 올해는 중남미와 국내 영화의 성장이 눈부십니다. 좀처럼 볼 수 없는 아프가니스탄과 폴란드 영화도 준비했습니다. 눈길을 끌 아시아와 유럽 작품도 상당수 있죠. 형식과 내용이 색다른 작품부터 대중적인 영화까지 모두 304편을 마련했습니다. 이제 관객 여러분이 즐길 시간이 다가옵니다. 10월 4일부터 13일까지, 부산에서 활짝 열리는 '영화의 바다'가 당신을 기다립니다. 김종균 기자 kjg1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