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멕시코 거장 아르투로 립스테인 작품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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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박의 굴레 '고통으로 일그러진 인간'

'순수의 성'의 한 장면.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올해 특별 프로그램에 멕시코 거장 아르투로 립스테인 특별전을 마련했다. 아르투로 립스테인은 올해 비아시아권 신인 감독의 경쟁 부문인 '플래시 포워드'의 심사위원장 자격으로 부산을 방문한다. '플래시 포워드' 심사위원에 중남미 국가 출신의 영화인이 위촉된 것은 이번이 처음. 이수원 BIFF 프로그래머는 "유로존 위기 이후 유럽 영화가 위축되면서 멕시코,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등 중남미 영화의 강세를 반영한 것"이라고 전했다. 아르투로 립스테인 특별전은 중남미 영화의 강호 중 하나인 멕시코의 저력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스페인의 거장 루이스 브뉘엘의 조감독 출신인 아르투로 립스테인은 초현실주의 계열 감독이었던 브뉘엘을 영향을 받아 극단적인 영화 세계를 보여준다. '속박에 대한 네 가지 변주'란 특별전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에 소개되는 4편은 모두 '속박'과 '억압'이란 공통의 키워드로 연결된다. 가족을 중심으로 주인공이 자신의 굴레에 갇히는 내용을 주로 한다.


근친상간·도박 등 파격적 내용
탄탄한 짜임새로 완성도 높여


특별전에 초청된 멕시코의 거장 아르투로 립스테인
'순수의 성'은 부인에 대한 성적 강박으로 가족을 모두 집안에 가둔 채 부양하는 가장의 이야기다. 근친상간 등 파격적인 내용을 다루지만, 가족을 담는 그의 카메라 워크는 내용뿐만 아니라 형식적인 면에서도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종신형'은 제목에서부터 속박의 키워드를 잘 드러난다. 한 소매치기가 출소해 은행에서 일하면서 새 삶을 살아보려 하지만, 부패 경찰이 그의 발목을 잡는다. '종신형'은 결국 부패 경찰에 평생 돈을 바쳐야 하는 주인공의 운명을 함축하는 제목인 셈이다. '운의 왕국'은 닭싸움, 카드 게임 등 도박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또 다른 속박을 이야기한다.

'시작과 끝'은 가족 관계에서 다룰 수 있는 모든 소재를 3시간의 러닝타임에 집약한 가족 대서사극이다.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와 함께 살아가는 4남매의 이야기로 변호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는 아들과 그를 위해 희생하는 나머지 가족의 삶을 다뤘다. 수선공, 웨이터 등의 일을 하며 자신을 희생하던 가족 각자의 인생은 비극으로 치닫게 되고, 이는 결국 아들에게도 짐이 되고 만다. 오락성이나 긴박한 리듬 등에 치중하기보다 6분에서 8분 정도의 롱테이크를 통해 관찰자의 시선으로 장면을 연출했다. 박진숙 기자 tr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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