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최고 신인 감독 누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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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 얼얼한 울림 주는 작품은

카얀

'뉴 커런츠' 후보 10편… 국내 작품 초저예산 '가시꽃' 등 두 편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비경쟁을 추구한다. 하지만 뉴 커런츠는 아시아 최고 신인 감독을 뽑는 경쟁 섹션이다. 매년 치열한 경쟁을 뚫은 수준 높고 실험적인 작품들이 뉴 커런츠상에 도전장을 내민다. 올해 BIFF는 모두 10편을 후보로 선정해 관객에게 선보인다. 사회적 정치적 상황에 갇힌 인간, 성장통을 겪는 청춘, 초저예산 영화 등 다양한 형식과 내용을 품은 작품들이 관객을 기다린다.

나히드 고바디와 비얀 즈만피라 감독이 공동 연출한 영화 '111명의 여인들'은 소재가 특이하다. 암울한 쿠르드족 상황을 그린 로드무비다. 쿠르드족 여인 111명은 이란 대통령에게 청원서를 보낸다. '사는 곳에 남자가 없어 불편한 것이 많다'며 해결책을 내놓지 않으면 집단 자살하겠다는 내용이다. 전쟁과 박해 등으로 남자가 거의 없었던 것. 카메라는 대통령이 파견한 조사관을 따라가면서 쿠르드족의 힘든 상황을 보여준다. 김지석 BIFF 수석 프로그래머는 "지구 한쪽에서 벌어지는 참담한 상황을 풍자적인 요소를 곁들여 상징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나히드 고바디 감독은 쿠르드족 영화를 주로 찍는 바흐만 고바디 감독의 여동생이기도 하다.

영화 '36'은 저예산 독립영화다. 나와폰 탐롱라타라닛 감독이 연출했다.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는 "형식이 상당히 실험적"이라고 말했다. 영화 쇼트가 모두 36개밖에 되지 않는다. 쇼트마다 제목을 붙여 설명하는 것도 특색이다. 영화 로케이션 스카우트인 주인공이 컴퓨터에 저장한 과거 사진과 그것을 바라보는 현재의 의미를 담은 작품이다. 김 수석 프로그래머는 "'영화가 보여주고 싶은 건 바로 이것이야'라며 대놓고 표현하지 않는 잔잔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빈센트 산도발 감독이 만든 영화 '유령'은 시나리오 줄거리가 탄탄한 작품이다. 주제는 무겁다. 성폭행을 당한 젊은 수녀의 임신, 낙태 등을 다뤘다. 이 과정에서 원장 수녀를 비롯한 서열 높은 수녀들의 감춰진 이야기가 드러난다. 김 수석 프로그래머는 "신의 아그네스와 유사한 작품인데 마지막 반전이 충격적이다"고 말했다.

니킨 카카르 감독이 연출한 작품 '시네마'는 풍자가 넘치는 영화다. 인도 출신 영화 조감독이 미국 다큐멘터리 팀에 참여했다가 파키스탄 국경지역에서 납치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반군은 미국인을 잡아 포로로 잡힌 동료와 맞교환을 요구하려 했지만, 사실상 일이 틀어진 것. 인질이 된 인도 조감독이 반군과 생활하면서 점점 가까워지는 내용을 담았다.

김 수석 프로그래머는 "영화 '카얀'은 스토리와 배경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중동 여인이 낯선 곳에서 경험하는 사랑, 절망과 희망을 담은 작품이다. 마리암 나자피 감독이 연출했다. 캐나다라는 자유로운 곳에 사는 레바논 여성이 사랑을 경험하면서 중동 전통 관습과 충돌하는 과정을 그렸다. 김 수석 프로그래머는 "캐나다에서 활동하면서 다문화를 깊이 있게 성찰하는 감독답게 영화를 깔끔하게 잘 만들었다"고 말했다.

영화 '고래마을'은 청소년기 불안과 성장통을 담은 로드무비다. 쓰루오카 게이코 감독이 만들었다. 친구들과 6년 전 가출한 오빠를 찾아 떠나는 과정을 그렸다. 그 와중에 친구 간에 겪는 감정 변화를 제대로 담았다. 하지만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오빠를 찾지도 못했고 친구 간에 벌어진 어설픈 감정도 추스르지 못한다. 김 수석 프로그래머는 "청춘이란 원래 그런 것이라고 말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감독이 과욕을 부리지 않아 좋았다"고 덧붙였다.

수자오렌 감독이 연출한 영화 '17세의 꿈'도 성장영화다. 친구 연애편지를 배달해 주면서 읽는 것을 좋아하는 고교생의 이야기를 그렸다. 주인공 주변에는 온통 사랑과 관계된 사람들뿐이다. 사랑하면서도 외로워하는 사람, 헤어져 힘든 사람, 한창 연애 중인 친구들. 하지만 정작 자신은 여자친구가 없다. 김 수석 프로그래머는 "청소년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그린 작품"이라고 말했다.

국내 작품은 두 편을 선보인다. 이돈구 감독의 영화 '가시꽃'은 초저예산영화다. 순 제작비가 300만 원에 불과하다. 전찬일 프로그래머는 "이창동 '시'의 저예산 버전"이라고 말했다. 청소년일 때 성폭행에 가담했던 인물이 죄책감에 시달리는 과정과 결과를 그린 작품이다. 전 프로그래머는 "사회에 '책임'이라는 문제의식을 던지는 영화"라고 말했다. 얼얼한 울림을 주는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화제작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누구나 제 명에 살고 싶다'는 '복수'를 다룬 작품이다. 김승현 감독이 연출했다. 전 프로그래머는 "사소한 충돌이 가져오는 예기치 못한 복수를 담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줄거리가 흥미롭고 선이 굵은 드라마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강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김종균 기자 kjg1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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