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영화 현재 흐름은
중국·대만 영화 산업 급성장
탈가트아시아 영화의 현재를 만날 수 있는 '아시아의 창' 섹션에서는 11개국 49편의 영화가 선보인다. 16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거의 모든 아시아 국가의 영화를 소개했다. 특별히 새로운 국가의 작품은 없지만, 아시아 영화의 경향을 볼 수 있는 '아시아의 창'이란 점은 여전히 유효하다.
일본은 여전히 3·11 대지진과 쓰나미를 소재로 한 작품이 많다. 우치다 노부테루의 '온화한 일상'이 대표적인 사례. 소노 시온의 '희망의 나라'는 특이하게도 3·11 대지진이 아닌, 그 이후 또다시 닥친 가상의 쓰나미를 소재로 이야기를 풀었다. 이 밖에 고바야시 마사히로의 '일본의 비극', 다케 마사하루의 '에덴' 등은 일본 영화가 끊임없이 다뤄 온 소재인 변화하는 가족상을 보여준다.
자국영화 점유율 크게 올라
日 대지진·쓰나미 소재 많아
현재 아시아에서 영화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는 곳이 중국과 대만이다. BIFF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는 "대만은 자국영화 점유율이 3% 미만이었는데 지난해 20% 가까이 오르는 등 3~4년 사이에 급성장한 모습을 보였다"며 "자국영화의 흥행 성적이 특히 높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작 편수와 작품 수준이 비례하지 않은 것이 중국과 대만의 고민이다.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는 "중국과 대만은 활황세이긴 하지만, 수준이 떨어지는 상업적인 작품이 많아 작품 선정에는 애를 먹었다"고 전했다. BIFF가 건진 대만 젊은 감독의 영화로는 양아체 감독의 '여친 남친', 미디 지 감독의 '빈한한 삶'이 있다. 대작과 저예산 영화 간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 중국에서는 장 위엔 감독의 '베이징 양아치', 장양 감독의 '노인 요양원', 탕 에밀리 감독의 '사랑의 대역', 왕핑 감독의 '자살'이 자기만의 색깔을 보이며 중국 영화의 허리를 받치고 있다.
아시아 국가 중 비교적 수준 높은 작품이 많이 만들어지는 곳은 어디일까? 바로 필리핀이다. 필리핀에서 손꼽히는 감독인 브릴얀테 멘도사 감독의 작품은 올해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자궁'과 베를린영화제에서 선보였던 '포로', 이렇게 두 편이 소개된다. '포로'는 필리핀 반군에 납치된 외국인의 이야기를 다룬 강렬한 작품. '자궁'은 필리핀의 많은 섬을 떠돌아다니며 사는 바다 집시의 이야기를 다뤘다. 바다를 배경으로 한 장면이 아름답다.
직접 시나리오를 쓰는 다작 감독으로 알려진 아돌포 알렉스 주니어는 매번 어떤 이야기를 할지 기대되는 감독. 이번에는 '야생의 삶'이란 영화를 통해 외딴 섬에 혼자 사는 군인의 이야기를 보여 준다. 메스 데 구즈만 감독의 '디아블로'는 독특한 느낌의 공포영화. 실체가 없는 유령을 등장시켜 주인공의 외로움을 극대화하는 장치로 활용했다.
앙트와넷 자다온 감독의 데뷔작인 '릴리아 쿤타파이의 6단계 법칙'은 다큐멘터리와 픽션이 섞인 재밌는 영화다. 평생을 엑스트라로 출연한 노배우 릴리아 쿤타파이는 이름은 몰라도 얼굴은 누구나 다 아는 필리핀의 국민 엑스트라다. 카메라는 이 할머니를 따라다니며 생계형 배우의 애환을 다뤘다. 영화 속에서 조연상을 놓쳤던 릴리아 쿤타파이는 이 영화로 주연상을 받았다. 이번에 BIFF를 방문해 영화에 얽힌 뒷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인도 영화는 작가주의 영화와 예술영화 등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수만 고쉬 감독의 '샤말 아저씨 가로등을 끄다'는 월드 프리미어(전 세계 최초 상영)로 인도영화의 재미를 느끼게 한다. 하비브 파이잘 감독의 '이샤크자아데'는 인도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복수를 위해 사랑을 가장해 접근하지만, 진짜로 사랑에 빠지게 되는 주인공의 모습을 다뤘다.
중앙아시아의 영화는 여전히 관객에게 낯설지만, 중앙아시아 지역의 신비주의 문학에 영향을 받아 사실적인 연기와 이야기 가운데 초현실적인 요소가 등장해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카자흐스탄 얀나 이시바예바 감독의 '탈가트'는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도 즐겁게 살아가는 아이의 모습을 비추는 사랑스러운 영화다. 카자흐스탄의 대표적 거장인 다레잔 오미르바예프 감독은 '죄와 벌'을 재해석한 '스튜던트'를 선보인다. 키르기스스탄 누르벡 에겐의 '빈집'도 주목할 만하다.
박진숙 기자 true@